신문에서 배우다

지금이 아니라고 조급해 말아요

다림영 2014. 3. 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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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一事一言

 

지금이 아니라고 조급해 말아요

 

올해는 내가 노래를 시작한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나이들어 박수받고 변함없이 노래하는 나에게 가끔 노래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조언을 부탁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장 데뷔해서 큰 인기를 끌 생각을 하지 말라. 진정으로 노래를 하고 싶으면 한 10년 뒤에 데뷔할 생각으로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하면 분명 때가 올 것이다. 그때도 늦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나는 마흔여섯에 노래를 처음 시작했는데 지나온 시간은 노래를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웅변 연습한다고 맹같이 고향 뒷산에 올라 발성연습을 했다. 상고 졸업 후 취직을 한 뒤 막연히 노래를 배워 보고 싶은 마음에 낙원동 음악 학원에서 3년 동안 공부했다.

 

입대한 후에도 문선대에서 3년간 노래했다. 제대 후 여러 군데 직장을 옮기며 틈틈이 국악을 배우고 세상의 많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직장은 카센타였다.

 

마지막 3년째 되는 연말 언뜻 내가 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태평소를 원도 한도 없이 죽도록 불어보자고 마음먹었다. 태평소라는 악기는 농악이나 사물놀이에 잇어도 없어도 그만인 악기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악기를 이렇게 열심히 불며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시간이 지나서라도 소소하게나마 연주하며 살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후 크고 작은 대회나 공연에 나가게 되었고 내 노래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등 떠밀려 시작한 내 노래 여행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과일은 봄에 꽃피고 꽃진자리에 열매 맺어 한여름 뜨거운 햇살과 비바람에 제 몸 달구고 익혀 가을에 맛있게 익어간다. 굴곡진 삶이 켜켜이 쌓여 있는 노래는 가을의 맛난 과일처럼 우리에게 오래도록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노래가 될 것이다. 마흔여섯에 노래를 시작한 늦깎이의 믿음이다.

 

-장사익.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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