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스크랩] 새해를 주제로 한 시 네편 감상하세요

다림영 2014. 1. 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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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새해의 기도/임영준-

 

 

새해에는

모두 빛나게 하소서

저마다의 소망을 이루어

별처럼 반짝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고아한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비우고 여미고 아래로 임해

절로 스며들게 하소서

 

새해에는

도도한 강물이 되게 하소서

거침없이 그러안고 흘러

한 가닥이 되게 하소서

 

새해엔 누구나

사랑에 몸 달게 하소서

평생을 두고두고 반추하면서

아련히 떠다니게 하소서

 

<2>-새해를 향하여/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

 

<3>-새해 아침/유자효-

 

 

해가 바뀐다는 것은

껍질을 한 꺼풀 벗는 일이다.

사위어드는 아픔 속에서

목숨을 태우는 양초의 심지가

또다시 한 매듭 줄었다는 얘기다.

종교에서

현실로 돌아설 때

경험하는 추락.

그 빈도를 줄이기 위해

몸부림치며

이제는 좀더 분명히

똑똑히 보고 싶다고

기도를 한다.

나의 얘기가 아닌

우리들의 얘기를 하고 싶다고

기도를 한다.

 

<4>-새해 아침/오세영-

 

 

하늘은 이미

어제의 하늘이 아니다.

첫 고백을 들은 여인의

귓속에 어리는 속삭임처럼

향그럽게 감도는 바람.

우리는 오늘

닫힌 창문을 연다.

 

들은 이미

어제의 들이 아니다.

첫경험한 여인의

여린 가슴에 고이는 젖처럼

부풀어 오른 흙,

우리는 오늘

언 땅에 꽃씨를 뿌린다.

 

보아라

변하지 않은 자 누구인가,

영원을 말하는 자 누구인가,

내일이 오늘인 이 아침에

보아라

세계를 깨우는 황홀한 빛.

 

바다는 이미

어제의 바다는 아니다.

첫사랑에 빠진 여인의

푸른 눈동자에 어리는 별빛처럼

설레는 파도,

우리는 오늘

먼 항구를 향해 배를 띄운다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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