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새해의 기도/임영준-
새해에는
모두 빛나게 하소서
저마다의 소망을 이루어
별처럼 반짝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고아한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비우고 여미고 아래로 임해
절로 스며들게 하소서
새해에는
도도한 강물이 되게 하소서
거침없이 그러안고 흘러
한 가닥이 되게 하소서
새해엔 누구나
사랑에 몸 달게 하소서
평생을 두고두고 반추하면서
아련히 떠다니게 하소서
<2>-새해를 향하여/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
<3>-새해 아침/유자효-
해가 바뀐다는 것은
껍질을 한 꺼풀 벗는 일이다.
사위어드는 아픔 속에서
목숨을 태우는 양초의 심지가
또다시 한 매듭 줄었다는 얘기다.
종교에서
현실로 돌아설 때
경험하는 추락.
그 빈도를 줄이기 위해
몸부림치며
이제는 좀더 분명히
똑똑히 보고 싶다고
기도를 한다.
나의 얘기가 아닌
우리들의 얘기를 하고 싶다고
기도를 한다.
<4>-새해 아침/오세영-
하늘은 이미
어제의 하늘이 아니다.
첫 고백을 들은 여인의
귓속에 어리는 속삭임처럼
향그럽게 감도는 바람.
우리는 오늘
닫힌 창문을 연다.
들은 이미
어제의 들이 아니다.
첫경험한 여인의
여린 가슴에 고이는 젖처럼
부풀어 오른 흙,
우리는 오늘
언 땅에 꽃씨를 뿌린다.
보아라
변하지 않은 자 누구인가,
영원을 말하는 자 누구인가,
내일이 오늘인 이 아침에
보아라
세계를 깨우는 황홀한 빛.
바다는 이미
어제의 바다는 아니다.
첫사랑에 빠진 여인의
푸른 눈동자에 어리는 별빛처럼
설레는 파도,
우리는 오늘
먼 항구를 향해 배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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