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스크랩] 저무는 해에 기대어/권옥희

다림영 2013. 12.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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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해에 기대어/권옥희-

 

 

버려야 산다

달력을 쳐다볼 때마다 으르렁대던 말

그 말 때문에

나는 늘 죽어지냈다

나를 지켜보는 세상이 두려워

두껍게 껴입은 가슴 들치며

나를 닮은 낮은 하늘 어디쯤에서

꽉 찬 해가 기울고 있는지

 

그 반은 나도 또한 기울어

울지도 못하고-

후회도 못하고-

좁은 화분의 꾸부정한 무화과처럼

두텁도록 얼굴 시달리다가

용케도 삭아준 쓴 맛들이여

 

아직도 여분이 남아

겨울도 깊은 이 저물녘

비로소 받아들이는 그 말

버려야 산다는….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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