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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해에 기대어/권옥희-
버려야 산다
달력을 쳐다볼 때마다 으르렁대던 말
그 말 때문에
나는 늘 죽어지냈다
나를 지켜보는 세상이 두려워
두껍게 껴입은 가슴 들치며
나를 닮은 낮은 하늘 어디쯤에서
꽉 찬 해가 기울고 있는지
그 반은 나도 또한 기울어
울지도 못하고-
후회도 못하고-
좁은 화분의 꾸부정한 무화과처럼
두텁도록 얼굴 시달리다가
용케도 삭아준 쓴 맛들이여
아직도 여분이 남아
겨울도 깊은 이 저물녘
비로소 받아들이는 그 말
버려야 산다는….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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