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借鷄騎還

다림영 2013. 12.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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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빌려 타고 돌아간다(借鷄騎還)는 말이 있습니다. 조선 성종 때 서거정이 쓴 <태평한화 골계전 太平閑話滑稽傳>에 나오는 설화입니다.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말로 꼬집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김선생이란 사람이 어느 날 친구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친구가 그를 반겨 맞으며 술을 접대하는데 안주라고는 오직 채소뿐이었습니다. 친구가 먼저 이렇게 사과하여 술을 권했습니다.

 

형편은 어렵고 시장은 멀어서 대접할 것이라곤 오직 담백한 채소뿐이네. 이거 대접이 형편없으니 미안하네.”

김선생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문득 뜰을 보니 여러마리의 닭이 모여 모이를 쪼아먹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말고 김선생이 헛기침을 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장부가 어찌 천금을 아끼겠는가. 마당에 내가 타고 온 말을 잡아서 술안주로 삼읍시다.“

느닷없는 이 말에 주인인 친구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했습니다.

말을 잡으면 무엇을 타고 돌아간단 말인가?”

 

그러자 김선생은 그야 닭을 빌려 타고 가면 되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제야 김선생의 말뜻을 이해한 친구는 크게 웃고 곧 뜰에 있는 닭을 한 마리 잡아서 대접했던 것입니다.

 

혹시 내 집의 문 안에 들어선 손님을 박대한 일은 없었는지요. 마음에 걸리게 접대한 일이 있었다면 지극한 마음으로 다시 대접하십시오. 그리고 상대에게 물으십시오. “자네에게 공양청한 자는 눈이 있더냐 없더냐?” 그러면 이 글의 화두 단하끽반야미丹霞喫飯也未 즉 단하스님이 말한 밥은 먹었느냐?’라고 물은 뜻을 투과할 수 있지 않을까요.-<날마다 좋은 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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