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한시에서 배우는 마음 경영/홍상훈/도서출판 새빛

다림영 2013. 5. 17. 16:05
728x90
반응형

 

 

귀가 들리지 않아

 

태어나 평생 갈관자처럼 초야에 묻혀 살고

세상을 한탄하며 신선처럼 살던 녹피옹

눈은 또 언제 어두워질까?

귀는 지난달부터 들리지 않는데.

원숭이 우는 가을에도 눈물 흐르지 않고

참새 지저귀는 저녁에도 시름이 없다네

떨어지는 낙엽이 산의 나무 놀라게 하니

아이 불러 삭풍이 부느냐고 물어보네.

 

더 치열한 삶을 위하여

 

노자의 <도덕경> 12장에는 현란한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요란한 소리는 귀를 먹게 하며, 갖가지 맛은 미각을 잃게 하고, 사냥하며 치달리는 것은 마음에 광기가 나타나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물은 행실을 나쁘게 만든다. 그래서 위대한 개달음을 얻은 사람은 그저 배를 채우려 할 뿐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있다. 흔히 이목구비는 육체활동과 의식 활동에 필수적인 기관으로, 어느 하나라도 기능이 약하거나 부족하면 장애인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노자는 그것들의 효용을 부정하고 있으니 언뜻 의아하게 여겨질 만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노자는 이목구비의 기능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현혹당하는 마음의 탐욕을 경계하고 있다. 보고 듣고 맛보는 것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인 만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목적을 넘어서는 것은 탐욕일 뿐이다. 나아가 그는 농사의 수확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사냥하는 등 부질없는 재물에 연연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귀가 들리지 않아> 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두보의 이시는 767년에 기주, 지금의 충칭시 펑제에서 지은 것이다. 벼슬도 잃은 늙고 병든 몸으로 피난길에 올라 타향살이에 시달리다가 귀가 먹게 되자 그는 본의 아니게 갈관자나 녹피옹 같이 은거해 도를 닦는 이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된다. 갈관자는 옛날 초나라 때의 은자로서, 파랑새의 깃털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허름한 옷에 구멍 뚫린 신을 신은 채 책을 쓰고 도를 논하며 몸소 집안일을 했다고 한다.

 

또 녹피옹은 사슴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 잠산, 지금의 장시 성에 있음>에서 영지를 먹고 신령한 샘물을 마시며 살다가 100여년 만에 한 번씩 산에서 내려와 저자에서 약초를 팔곤 했다는 선인이다. 두보는 현실의 시름을 자극하는 구슬픈 원숭이 울음소리나 마음을 어지럽히는 참새들의 재잘거림,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자신도 모르게 세월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를 관망하는 구경꾼이 된다. 그리고 그런 구경꾼의 경험이 자신도 모르게 시름으로 엉킨 가슴을 씻어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사는게 힘겹고 골치 아플 때는 이따금 이목구비를 닫고 세상을 관망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였듯이, 그런 관조를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관조는 현실도피가 아니라 더 치열한 삶을 위한 튼실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한자 생략>-

 

-----

 

글짓기에 대한 열망이 달아오르는 날들이다. 그러나 막상 고치고 고쳐보는 날들 속에서 어떤 부족함으로 실의에 빠지려 한다. 너무나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것을 새삼스러이 느끼게 된 것이다. 오늘에서야 앞으로도 무한한 독서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좀 더 몰입을 하는 가운데에 있다.

 

페이스북을 한지 어느새 일 년이 넘어가는 듯하다.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지 않으나 집의 아이들 때문에 알게 된 그 페이지 때문에 수많은 글쟁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로 하여 어떤 열망이 피어 오른 것인데 다시금 한 발 물러나 나를 채워야 하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한동안 어디엔가 글을 보낸다던가 하는 일은 삼가고 있었는데 욕심이 나를 흔든다. 적당한 긴장으로 조금씩 앞으로 전진 하는 나의 글쓰기여야 하겠다.

 

시조를 가까이 하는 문인들과 온라인상의 만남이 나의 모든 것을 일깨우게 했다. 잠시 불이 당겨졌던 시조였다. 처음엔 나에게도 이런 일이?....’ 했으나 수필에 다시 마음이 움직이니 시조로 불타오르던 끊임없던 글귀들이 모두 숨어버렸다. ... 단숨에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언감 생신 만부당한 일일 것이다. 차근차근 독서로 채우며 생각의 우물을 끊임없이 파야 하겠다. 텔레비전 보는 것도 줄이고 모든 가벼운 것에 대한 시선을 거두며 불현 듯 어떤 열망으로 독서에 심취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거센 바람처럼 일어나고 있다

.

타고난 재주는 없으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날들속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