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법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가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을
잘 넘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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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처럼 끝가지 익힌 마음일 것’
난 정말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쌀알 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가끔 그 고요 흘리고 돌아다녔어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가끔 그럴려고 했어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럴수도 없었어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한 가지 반찬이 더 있었어 내겐 ...욕심 말이야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늘 괜한 짓을 했어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어떤 친구가 그랬어 우린 쉰을 겨우 넘겼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난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어 ... 난 .. 모르겠어 ..그렇지만 죽음은 두렵지 않아...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난 정말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유순한 사람이고 싶어 그리고 미끈하게는 잘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어쨌든 빠져나오곤 했지 . 아, 난 왜 한 벌의 수저처럼 난 마음을 가지런히 하지 못했을까? 그렇지만 지금은 정말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있어...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을
잘 넘길 것‘
난 잘 넘길 수 있어 잘 넘겨왔어 또 어떤 삶이 찾아와도...
너무나 가슴에 내려앉는 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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