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식사법/김경미

다림영 2013. 3.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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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법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가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잘 넘길 것

 

--

 

 

 

콩나물처럼 끝가지 익힌 마음일 것

난 정말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쌀알 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가끔 그 고요 흘리고 돌아다녔어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가끔 그럴려고 했어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럴수도 없었어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한 가지 반찬이 더 있었어 내겐 ...욕심 말이야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늘 괜한 짓을 했어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어떤 친구가 그랬어 우린 쉰을 겨우 넘겼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난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어 ... .. 모르겠어 ..그렇지만 죽음은 두렵지 않아...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난 정말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유순한 사람이고 싶어 그리고 미끈하게는 잘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어쨌든 빠져나오곤 했지 . , 난 왜 한 벌의 수저처럼 난 마음을 가지런히 하지 못했을까? 그렇지만 지금은 정말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있어...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잘 넘길 것

난 잘 넘길 수 있어 잘 넘겨왔어 또 어떤 삶이 찾아와도...

 

너무나 가슴에 내려앉는 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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