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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9월 21일
가슴으로 읽는 동시
과일
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철복에 매달린 우리들 같아요
뚝 떨어질 것 같지만
꾹 참고 있는 과일들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어요
그래도 참고 있어요
참을성 많은 과일들
힘내라 힘내라
응원해 주고 싶어요
의자를 살짝 놓아주고 싶어요
-박두순(1949~)
태풍이 몇차롕 지나가면서 바람에 과일들이 많이 덜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태풍에도 끄떡없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과일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 동시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어가는 과일을 보면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처럼 뚝 떨어질 것 같지만 떨어지지 않으려 꾹 참고 있는 것만 같다.
참아내느라 아이들처럼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다. 안간힘을 쓰며 입을 앙다물고 매달려 있는 과일을 보면 힘내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발딛고 있으라고 의자라도 살짝 놓아주고 싶다.
단풍잎보다 더 빨갛게,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과일들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익어가는 과일들을 보면 우리나라 가을이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매달린 과일들이 떨어지지 말라고 응원을 보내자.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에게도 힘내라고 격려를 보내자. 풍성한 가을을 위하여, 그리고 과일처럼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하여.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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