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병원신세를 지게 됩니다. 치과에서 누군가가 치료할 때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광경을 목격했던 우리는 치료할 때 마찬가지로 얼굴을 찡그립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입 안에 불빛을 비추면 아직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게 됩니다. 이는 단지 남들이 체험이나 예전에 나에게 일어난 일에 근거해서 관련 된 것일 뿐입니다.
언제인가, 지리한 장마가 물러간 북한산 보현봉과 문수봉을 흰 구름이 감싸고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흰 구름은 파란하늘에만 수놓지 않고 청산에도 걸림없이 포옹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 씀씀이도 저 구름 같으면 얼마나 여유로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다’라는 의미의 영어단 ‘리브live’와 ‘나쁜’혹은 ‘성서롭지 못한’ 뜻을 가진 ‘이블evil’의 철자를 거꾸로 해 보십시오. ‘live’가 됩니다. 즉 같은 철자의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아주 달라진 것입니다.
수행한다는 것도 결국 흐트러진 감정을 정돈하는 과정의 한면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감정은 실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실체 없는 감정에 얽매여 허송세월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완전한 시간낭비인 것이지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나 그렇게 되면 주변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자신의 삶의 리듬이 깨지고 이웃에게 불편과 폐를 기치게 되기도 합니다.
공자가 어느 날 제자 자로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의로운 일을 들으면 즉시 행해야 됩니까?” 라는 자로의 질문에 공자는 “그렇지 않다. 어른에게 물어 가르침을 받은 연후에 실행하는 것이 옳다.”고 대답했습니다. 똑 같은 질문을 제자 염유가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공자는 “더는 주저할 것이 없다. 그 자리에서 즉시 행하라.”라며 자로에게 말한 정반대의 대답을 한 것입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공서화가 어째서 같은 말을 물었는데 대답이 다르냐고 물었습니다. 공자는 “자로는 너무 덤벼 신중을 기하도록 하기 위함었고 염유는 너무 머뭇거리는 버릇이 있어 결단력을 기르도록 한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자로에게는 퇴를 , 염유에게는 진을 가르치고자 한 스승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요즘도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 제가 어렸을 때의 학교성적은 보통 수, 우, 미,양, 가로 매겼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점수, 즉 숫자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여기서 수는 빼어날 수자이니 좋은점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다섯 번 째 등급인 ‘가’자도 의미심장합니다. 여기서 ‘가’는 바로 가능할 가可자입니다. 가능하다고 하니 이 학생도 노력하면 빼어난 점수인 ‘수’ 나, 우수한 점수인 ‘우’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뗀 학동들에게 나눠 준 성적표는 특이했습니다.외우고 쓰기에 대한 성적은 아니었으니까요. 재치가 넘치고 매사에 과민한 아이에게는 어리석을 우 자를 써 주었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적고 독선적이면 어질 인仁자를, 효심이 부족한 학동에게는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고 하는 까마귀 오烏 자를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매사를 서두르는 습성이 있어 일을 그르치면 천천히 걷는 소우牛 자를 써 주었습니다.
글을 가르치면서 인간 심성을 바로잡고자 했던 옛 선조들의 지혜가 이 시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해야 하고 남보다 성적이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고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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