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삶에 저항하지 말라

다림영 2012. 3. 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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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방 안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채소밭이나  뜰에 나가 어정거리는 시가을 즐기고 있다.

 방 안에서는 방석 위에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는 일이 고작인데,뜰에 나가 있으면 생기에 넘치는 살아 있는 것들을 대할 수 있어 무료하지 않고 그 기운으로 나를 채울 수 있다.

 

올여름에는 거의 책을 보지 않는다.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책을 가가이 접할수도 없지만 비슷비슷한 소리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다.그리고 돋보기를 맞추어 쓴 지가 10년도 훨씬 넘기 때문에 눈이 쉬이 피로해져서 책을 멀리하게 되 것이다.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종이에 활자로 박힌 남의 글보다는 나 자신을 읽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보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해마다 이맘때면 저녁 어스름을 타고 쏙독새가 찾아와 오두막 위를 선회하면서 '쏙독쏙독 쏙독쏙독...' 내 벗이 되어 주었는데 2,3년 전부터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토끼도 해가  기울면 오두막 가까이 내려와 뜰에서 어정거리거나 채소밭에 들어가 요기를 하고 갔는데 요 몇 해 동안은 자취를 볼 수 없다.

 

겨울철에 산수국 대궁을 뜯어먹느라 그 아래 배설물을 남기고 간 자취를 보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밀렵꾼들 때문에 몹시 조심하는 것 같다.

 

책꽃이를 정리하다가 뜻밖에 묵은 일기장이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충 훑어보면서 내 삶의 자취가 빛이 바랜 사진첩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995년 6월 17일<토요일>, 남불 생 레미에서 쓴 대목, 여행 중에 가지고 간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집>에서 인용한 글이 실려 있었다.

 

 

홀로 명상하라.

모든 것을 놓아 버려라.

이미 있었느니를 기억하지 말라.

굳이 기억하려 하면 그것은 이미 죽은 것이 되리라.

그리고 그것에 매달리면 다시는 홀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 끝없는 고독, 저 사랑의 아름다움 속에서

그토록 순결하고 그토록 새롭게 며상하라.

 

 

저항하지 말라.

그 어떤 것에도 장벽을 쌓아두지 말라.

온갖 사소한 충동, 강제와 욕구로부터

글고 그 자질구레한 모든 갈등과 위선으로부터

진정으로 온전히 자유로워지거라.

그러면 팔을 활짜 버리고

삶의 한복판을 뚜벅뚜벅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책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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