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풍경

오솔길

다림영 2011. 6. 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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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오솔길이 어디야?

이런데지...

엄만 오솔길이 정말 좋아

넌?

나두..

그런데 날라다니는 벌레는 싫어..귀찮아...

아냐, 벌레도 날아다니고 그래야 사람이 살 수 있어..

 

 

막내녀석이 토요일에 친구 생일이라며 그 집에서 몇명이 모여 자고왔다.

허락해주니 뛸듯이 좋아한다.

새벽세시까지 놀았단다.

뭘하며 놀았는지는 짐작을 하면서도 물었다.

그랬다.

요즘 아이들이 노는방식이란 게임 말고 무엇이 있을까 싶다.

어쨌든 즐거웠단다. 친구가 라면도 끓여주고 맛있게 먹었단다.

라면을 먹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동그란 눈을 하는 제 엄마 때문에 처음엔 밥을 먹었다고 얘기했다가 나중엔 자신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일주일에 한 두번이야 그래 눈감을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안돼는 이유를 설명하며 당부했다.

 

피곤했는지 내내 시들거렸다 .

리듬이 깨지는 일을 하면 여파가 그렇게 밀려오는 것이라 하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딱 30분만 자라고 했다. 쉽지 않았을 터임에도 시간이 되어 불러 깨우니 '지면 안돼'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훗... 숲속오솔길을 함께 걷자고 하니 충전을 해야 하겠다며 따라나선다.

 

 

 

 

지난 휴일엔는  중학교 이학년 막내녀석과  숲속오솔길을 걸었다.

친구얘기도 하고 제 얘기도 하고 엄마 마음도 털어놓으며 마음을 주고받았다.

꼬맹이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어느새 훌쩍 자라 엄마의 키를 훌쩍 넘겨버렸다. 제반에서 다섯번째로 크단다. 지난겨울방학에 시간을 잘 지켜 잘 자고 잘 놀더니 세상에 십오센치가량이 자란것이다. 신기하기만 하다. 요즘엔 근육을 키우고 복근을 만든다며 아령에, 스트래칭에 틈만나면 운동을 한다. 제 형들과는 사뭇 다른녀석이다.

 

아침마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엄마와 포옹을 하고 뽀뽀도 해주고 그리고 학교를 가는녀석...

어릴때 그렇게 장난이 심해  엄마를 힘들게 하더니 참 많이 컸다.

씩씩하고 친구도 많고 생각도 깊고 약속도 잘 지키는 막내가 우리집에서 제일 좋다. 부자가 되어 엄마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 꿈이란다. 꼭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답기도 한 녀석이 벌써부터 의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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