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오체 불만족/오토다케 히로타다

다림영 2011. 5. 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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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4월 6일

활짝 피어난 벚꽃 위로 다가선 부드러운 햇살. 정말 따사로운 하루였다.

"응애! 응애!"

불에 데여 놀란 것처럼 울어 대며 한 아이가 갓 태어났다. 건강한 사내아이였고 평범한 부부의 평범한 출산이었다. 단 한 가지, 그 사내아이에게 팔과 다리가 없다는 것만 빼고는 , 선천성 사지절단, 쉽게 말해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장애아'였다. 출산 과정에서 어던 잘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당시 떠들썩하게 문제가 되었던 살리드마이드를 잘못 복용해서 생겨난 결과도 아니었다.

 

원인은 지금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나는 초개성적인 모습으로 태어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다니, 그건 나 말고는 복숭아에서 태어난 동화의 주인공 모모타로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정상적인 출산이었다면 감동적인 모자 상봉의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풀산의 고통에서 벗어난 산모에게 너무 큰 충격이 될 것을 염려한 병원 측에서 "황달이 심하다"고 둘러대는 바람에 어머니와 나는 한 달이 넘도록 만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머니는 정말 태평한 분이다. 아무리 황달이 심하다 하더라도 자기 자식을 한 달 동안이나 만나지 못하게 하는데도 "아, 그래요?"라며 그냥 넘어가다니. 그때까지 아들의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본 채 넘어가다니. 그때까지 아들의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본 채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 어머니는 '초인'이라고 생각한다.

 

드이어 모자간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날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그날 병원으로 오던 중에야 비로소 내가 황달이 아니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곁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록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차마 팔과 다리가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그냥 몸에 약간의 이상이 있다고만 했다. 일단은 직접 만나 보게 한 후에 사태를 수습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어머니가 날 보는 순간 기절할 것에 대비해서 병실까지 준비해 두었다. 아버지와 병원, 그리고 어머니를 둘러싼 긴장감은 그렇게 높아만 갔다.

 

그러나 '모자 상봉의 그 순간'은 정말 상상 밖이었다.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대성통곡을 하다가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질 것을 염려한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마디였다. 비록 팔과 다리는 없었지만 배 아파 낳은 아들, 한 달이나 만날 수 없었던 아들을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어머니에게는 무엇보다 더 컸던 것이다.

 

이렇게 성공적이 '모자 간의 첫 대면'은 곁에서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감동 그 이상으로 내게는 큰 의미가 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받았던 첫인상의 기억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먼 훗날까지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것이 모자 간의 첫 대면이라면 그 중요성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랬다. 어머니가 나를 만나 처음 느겼던 감정은 '놀라움'이 아니라 '기쁨'이었다.

생후 1개월.

비로소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책 국어시간에 수필읽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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