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단란했던 옛날/신익상

다림영 2010. 11. 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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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고, 한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일이다. 세월을 돌이키지 못하므로 늙음이 닥쳐오고, 벌어진 일을 돌이키지 못하므로 즐겁게 지내기가 갈수록 어렵다. 더욱이 그사이에 돌아가신 분과 살아남은 사람이 갈려서 하늘과 신에게 원망할 일이 많아졌으니 말해 무엇 하랴?

 

 

계미년<1643>에 집안 어른께서 금릉<金陵.금산군>의 원님 자리를 그만두고 서울로 돌아오셨을 때가 생각난다.키 작은 어린아이로서 나는 방에 들어가 집안 어른들과 형님들께 절을 하여 조카로서 예를 갖추었다. 그때에는 두 집안의 자제들이 무려 수십 명에 이르렀고, 무리를 이뤄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겁게 노느라고 사람 사는 일이 손쉽게 바뀌는 것도 모르는 채 단란하게 모여 사는 커다란 즐거움을 다행으로만 여길 뿐이었다.

그로부터 이태 뒤에 순성<蓴城.태안군>에서 객지 생활을 시작했다가 삼 년이 지나 돌아와 보니 남자는 장가들고 여자는 시집가서 제각기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그렇게들 각각 사는 데 재미를 붙였으나 지난날처럼 즐겁게 지내는 일은 갈수록 드물어갔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두 집안의 부모 형제들이 병도 없고 사고도 없이 살았다.

또 그로부터 이태가 지나 영주<永州.영천군>에서 돌아온 뒤로부터 지금까지 팔구 년이 흘렀다. 그사이에 사람 사는 일은 날마다 틀려지고 돌아가시는 분을 애도하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그때마다 불현듯 남아 있는 자로서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슬픈 일이다! 사람 사는 일이란 이렇듯이 영원하지 않구나!

 

 

인생은 늙기 쉬워 한 백년을 허둥지둥 보낸다. 어째서 한 집안에서 즐거움을 함께 나누던 사람이 중년의 나이도 되지 않아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죽는단 말인가? 하늘과 신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품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 자신이 인생에 달관한, 통 큰 사람이 아니고 보니 깊이 애통해하고 길게 서러워하면서 지난날 사연에 감정이 뭉클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아, 슬픈 일이다! 인간 세상이란 이렇듯이 감정에 휘둘리기 쉽구나! 인간 세상이란 이렇듯이 감정에 휘둘리기 쉬워!

 

 

지난날 청년 장년이던 사람은 그다지 늙지도 않았건마는 강보에  누워 있던 아기들은 벌서 다 자라있다. 잠깐 사이나마 즐거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날 사연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는 까닭은 , 돌아가신 분들을 향한 남아 있는 자의 슬픔이 가슴속에서 솟아날까봐 걱정돼서다.

 

 

아! 사람으로서 이런 처지에 이른다면 어떻게 하늘과 신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으랴! 지금 나는 40세를 살지 50세를 살지 아직 알 수가 없지만, 내 나이 수십 년을 잘라내서 지난날  반나절의 즐거움과 바꾸고 싶다마는,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랴? 옛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뜻대로 되는 것보다 즐거운 것은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보다 시름겨운 것은 없다."

정말 음미할 만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탄식이 새어나오는 것을 금할 수 없다. 무술년 첫봄에 쓴다.

 

책 <부족해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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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쓸쓸함이 묻어 있는 음악을 들으며 읽은 글을 적어본다. 음악 때문인지 인생의 무상함에 감정이 휘말리고 종일 손님 없는 것에도 별 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 글을 쓴이의 나이는 이십대 ... 벌써 그 나이에 이런 글을 쓰며 인생을 생각하며 돌아보고 있다. 그보다 두배는 많은 나이에 나는 수많은 회한으로 고개를 떨군다. 진작에 책을 읽고 배워 깨달음을 얻었다면 지금같은 마음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지나갔으니 담을 수도 돌릴수도 없는 일. 어쩌면 모든 일들은  지금의 내가 있게 만든것이기도 하다. 

 

오늘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내가 한 행동에 잘못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눈부신 햇살과 차가운 공기가 훅 하고 나를 휘감았을때 새로운 기분으로 환기가 되어서 밝은 마음이 가득차올랐다.  그러한 이유로 앞뒤 생각없이 소원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  잠시 후회를 했지만 이내 접었다. 내 감정에 충실했으므로. 한참 후에 예의있는 답장을 받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일에 우울해지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인생은 결코 영원하지 않는것임을 명심해야 하리라.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더 늦으면 후회할지 모르는 일을  행동을 옮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오래전 선비가 이십대에 했던 말씀처럼 칠십을 살지 팔십을 살지 나는 미래를 모른다.  그러나 오늘  주어진 하루, 스스로에게 충실하며 밝은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보아야 한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친구를 얻으려면 먼저 손을 내밀고 친구가 되어야 함을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매일 하루를 돌아보는 습관을 게을리 말아야 하겠다. 하루를 잘 살면 일주일을 잘 살것이고 일주일을 잘 살면 한 달을, 한 달을 잘 살면 일년을 잘 살게되고 일년,일년을 그렇듯이 잘 살아내면 나는 평생을 좋은날을 만들게 된다.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세월이다. 뜻대로 되는 것 없어 즐겁지는 않으나 욕심을 버리고 날마다 비우니 시름은 분명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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