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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대나무다리 위에서/류시화
누가 만들었는지 알 길 없는
인적 드문 오솔길에 놓인
작은 대나무다리
군데군데 구멍이 나고
이제는 한 사람의 무게마저 지탱하기 힘든
내가 자주 가는 산책길
작은 대나무다리
내가 가졌던 모든 것과
가지려고 했던 모든것 사이에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모든 사람들 사이에
언제나 말없이 놓여있는
작은 대나무다리
눈바람에 시달리고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자신의 무게마저 견디기 힘든
하지만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나의 작은 대나무다리
그 위에 서서 내려다보면
아래는 아득한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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