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인연의 무게

다림영 2010. 6. 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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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크리스토 폴이라는 성자는 힘이 장사였는데 강을 건너는 나그네들을 업어주는 일로 먹고 살았다. 그는 자신이 지은 죄가 많아 꼭 그리스도를 만나 속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스도를 만나는 인연이 주어진다면 자신이 어떤 죄도 남기지 않고 천국에 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변에 자란 버드나무 밑에서 낮잠에 들어 있을 때 한 소년이 다가와 그를 깨웠다. 그는 자신을 깨운 소년을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물살이 세찬 강 중앙쯤에 이르렀을 때 그 조그만 소년이 천근의 바위 무게로 자기를 내리누르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고 묻자, 그 소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네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그리스도다. 네가 나를 업고 가는 인생의 강은 앞으로도 이처럼 고되고 힘들 것이다."

 

 

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하는 그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그건 우리가 지금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의 어깨에 지고 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닐까.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 인생의 인연들을 숱하게 만나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그 사람이 우리 생에 정말 중요한 인연이란 걸 모르고 지나쳐왔을 뿐.

생에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운명이 그러하듯 인연또한 우리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최인호의 인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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