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황무지

다림영 2010. 4. 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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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TS엘리엇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버려진 땅에서 라일락은 자라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고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덩이 줄기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 버거호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오고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나자 호프가르덴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시간 동안 얘기를 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위드른 사촌대공 저택에 머물렀을때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 마리 꼭잡아

그리고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이 움켜잡은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나오는가?

사람의 아들아 너는 말할 수도 없고,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이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걷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공포속에서 먼지를 보여주리라

바람은 선선히

고향으로 부는데

애란의 우리님은

어디 있느냐?

일년전 저에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야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다들 어디있느냐

-하지만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보여

산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유명한 천리안(famous clairvoyanta)소소스크리스 부인은

독감에 걸렸다. 하지만

영특한 카드 한 벌을 가지고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보세요. 그네가 말했죠.

여기 당신카드가 있어요.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군요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이건 벨라돈나, 암석의 연인

수상한 여인이에요.

이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 이건바퀴

그러고 아무것도 안 그린 이 카드 그가 짊어지고가는 무엇인데

내가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교살 당한 사내가 보이지 않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고마워요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 주세요

요새는 조심해야죠

실감나지 않는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밑으로

한 떼의 사람들이 런던 교외로 흘러가고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이 망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발치만 내려보면서

언덕을 넘어 킹월리엄가를 내려가

성 메어리울노스 성당이 죽은소리로

드디어 아홉시를 알리는 곳으로

거기서 나는 낯익은 자를 만나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스테슨!'

자네 밀라에해전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 아닌 서리가 묘상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찮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자 나의 형제여!

 

---

해마다 4월이면 '4월은 잔인한달!' 인 이유가 있었다.

그 잔인한달의 한 메시지를 받으며 엘리엇의 '황무지' 찾아보았다.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이 시를 나는 적었으리라.

아, 정말 4월은 내게도 잔인한 달이 되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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