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나는 삼류가 좋다/김인자

다림영 2010. 4. 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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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류가 좋다 /김인자-

 
이제 나는 삼류라는 걸
들켜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

아니 나는 자진해 손들고 나온 삼류다.
젊은 날 일류를 고집해 온 건
오직 삼류가 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더러는 삼류 하면 인생의 변두리만을 떠올리지만
'당치 않는 말씀'.
일류를 거쳐 삼류에 이른 사람은 뭔가 다르다.

뽕짝이나 신파극이 심금을 울리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너무 편해 오래 입어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낡은 옷 같은 삼류.
누가 삼류를 실패라 하는가.

인생을 경전(經典)에서 배우려 하지 말라.
어느 교과서도 믿지 말라.
실전은 교과서와 무관한 것.

삼류는 교과서가 가르쳐 준 문제와 해답만으로는 어림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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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만난 이 시가 내게 착 하고 달라붙는다

삼류인 나를 알아 본 것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소매끝을 시는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더언핑크 나의 셔츠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언제나 봄이오면 맨 먼저 찾아주는 주인의 손길이 있기때문이다

 

나를 훑던 시의 눈이 신발에 꽂힌다

둘째가 열여덟살, 그녀석 세살 때  잘 나가던 남편이 선물한  신발이다

시는 놀라자빠졌을 것이다

시는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나는 시에게  살짝 윙크를 한다

 

내가 걸친것들은 모두 삼류다

그래서 나도 삼류다

그러나 삼류는 오늘도 시를 읽는다

삼류의 미래는 삼류가 아닐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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