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세아들의 등산/강희맹

다림영 2010. 3. 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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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에 아들 셋을 둔 사람이 있었다. 첫째 아들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다리를 절었다. 둘째 아들은 호기심이 많고 몸이 온전했다.

셋째 아들은 경솔하고 진실하지는 못했지만 재빠르고 용기가 있었다. 그래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 셋째가 가장 낫고 둘재가 그다음이고 첫재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야 겨우 제 몫을 해내는 정도였다.

 

 

하루는 둘째와 셋째가 태산 일관봉에 먼저 오르는 내기를 하고, 앞다투어 신발을 손질하고 있었다.그러나 첫째도 산에 오를 채비를 하는것이 아닌가? 둘재와 셋째는 첫째를 바라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태산 봉우리는 구름 위로 솟아 천하를 굽어보고 있어 튼튼한 다리를 가진 건강한 사람이 아니면 오를 수 없답니다. 그런데 어지 형님은 불편한 다리로 엄두를 낸단 말입니까?

그러나 첫째가 웃으며 말했다.

"그저 너희들을 뒤따라가서 꼴찌로라도 꼭대기에 오를 수만 있다면 천만다행이 아니겠니?"

그렇게 해서 세 형제가 태산 아래에 이르럿다. 둘재와 셋째는 형에게 주의를 주었다.

"형님, 저희들이야 골자기도 눈 깜짝할 사이에 건너뛰니 형님이 먼저 출발하십시오."

"그래 알았다."

 

 

첫째는 먼저 길을 떠났다. 셋째는 산 아래 있고, 둘째가 산 중턱에 이르렀을 즈음 날은 이미 저물엇다. 첫재만 쉬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꼭대기에 이르러 잠을 자고 새벽에 해가 솟아오르는 것을 구경했다.

세 아들이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가 무엇을 얻고 돌아왔는지 물어 보았다. 먼저 셋째가 대답했다.

 

 

"제가  산기슭에 이르러 보니 해가 지기에는 아직 이른 때였습니다. 그래서 제 날램을 믿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온갖 아름다운 꽃과 풀을 캤습니다. 그러다 보니 날이 어두워져 바위 아래에서 자는데, 구슬픈 바람 소리와 시끄러운 물소리가 마치 여우나 살쾡이 같은 짐승들이 울부짖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꼭대기까지 올라가려고 했지만 호랑이나 표범 같은 짐승이 무서워 그만두었습니다."

 

 

이번에는 둘째가 대답했다.

"제가 보니 봉우리들은 첩첩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고, 벼랑은 깎아지른듯했습니다. 저는 나는 듯이 달려 높은 봉우리에 오르러 이 봉우리, 저 고개 찾아갖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다닐수록 봉우리는 많고 높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리에 힘이 빠지고, 산 중턱쯤 이르니 이미 날은 저물었습니다. 저도 동생처럼 바위 아래에서 쉬었는데 구름과 안개 대문에 지척도 분간 할 수 없었습니다.

 

 

옷음 차갑고 신발은 젖어 축축하고, 꼭대기에 오르자니 아직 한참이나 남았고 내려가려고 해도 너무 멀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머물러 있다 더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첫째가 대답했다.

"저는 다리가 불편해서 한눈팔지  않고 곧바로 가도 날이 저물가 걱정인데 어느 겨를에 여기저기 돌아볼 틈이 있었겠습니까? 그냥 몸과 마음을 다해 안간힘을 쓰며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렇게 쉬지 않고 올랐더니 따르는 사람이 꼭대기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그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해가 바로 머리위에 있고, 내려다 보니 숲이 울창해 끝을 알 수 없었습니다. 뭇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고 골짜기들은 주름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는 해가 바다에 가라앉자 저 아래 세상은 캄캄해서 보이지 않아습니다. 옆으로는 별들이 떠올라 손금도 볼 수 있을 만큼 밝게 빛나는 것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자리에 누웠지만 잠들 사이도 없이 닭 울음소리와 함게 동쪽이 밝아왔습니다. 검붉은 빛이 바다에 퍼지고 황금빛 물결이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황금빛 물결이 하늘과 바다 가운데서 봉황처럼 너울거리더니 붉은 바퀴가 구르며 오르내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공중에 떠올랐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에 아버지가 말했다.

"그랬을 테지. 자로의 용맹함이나 염구의 재주로도 스승 공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재빠르지 못하고 둔한 증자가 그 경지에 이르렀다. 너희들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 덕을 닦는 것과 이름을 날리는 길은 이와 같아서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모자라는 데서 갖추는 쪽으로 나아가는 법이다. 힘만 믿고 일을 꾀하지 말고 게을리하여 도중에 그만두지 마라. 그렇게 하면 최선을 다한 절름발이 첫째 아들처럼 뜻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내 말을 소흘하게 듣지 마라.

 

원제-등산설<登山說>

<문학시간에 옛글읽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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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민첩한 사람들이 살아남게 되어 있다.

그러나 때로 그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실수의 그늘에 들어서게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족함은 많지만 항시 성실한 자세와 낮은 마음으로 오늘에 임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행복선상에 서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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