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봄 /이성부

다림영 2010. 2. 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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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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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봄이 왔다.

더디게

아주 더디게

..

마침내

모든것을 견디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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