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스며드는 것/안도현

다림영 2010. 2. 1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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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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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어둠이 내렸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온다.

벨을 누르면 아이들이 달려나올 것이다.

내 가방도 들어줄 것이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고

묻지 않아도 종알거릴 것이다.

...

조금만 있으면  나도 온기가 퍼져있는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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