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 궁 돌담길을 마악 걸어나오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홍어에 막걸리를 한 잔하고 있으니 서둘러 내려오란다.
한 잔 하며 이것저것 다 풀어버리란다.
친구가 얘기한 곳은 안양시 중앙성당 뒷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들녀석 집으로 버스태워 보내고 빠르게 걸어갔다.
어느새 어둠이 걸어오고 있었다.
5평이나 될까 아주 조그맣고 오래된 술집이었다.
벽엔 온통 '누구 다녀간다'' 어쩌구 저쩌구' 온갖 낙서와 메모가 그집 인테리어 전부였다.
체격듬직하고 목소리 크고 마음 좋아보이는 주인장은 홍어에 대한 긍지가 대단했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하시는데...
각별한 한 말씀 !
예전에 어떤 정치인과 어느분께서 어떤 일이 있었는데 두 분중 한 분이 상대 분에게 홍어를 선물로 보냈단다.
사장님 생각엔 아마도 '홍어처럼 모든것을 삭히라는 ' 것이 아니었나 하는 얘기를 하시는 것이다.
그러며 ..
홍어를 먹을 줄 아는사람은 화를 내는 일이 없으며 '삭힐줄 안다는'....
아하...
처음 그런 홍어를 먹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쉽게 먹지 못하는 홍어, 예사롭지 않은 맛을 오래 되새김질하며
달큰한 막걸리 한 사발 술꾼처럼 마셨다.
'삭히는 것'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며....
긴 시간 친구들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않은 속내를 털어보였다.
얘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와 상관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오늘도 냇물처럼 쉼도 없이 흘러간다.
끊임없는 삶의 고뇌가 모난 사람을 다듬는다.
인생은 끊임없는 고행이고
그 한 가운데에서 이런 수행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