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풍경

시장풍경/안양중앙시장

다림영 2010. 1. 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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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빠듯한 시간을 쪼개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수많은 걱정들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그냥 한바퀴 둘러보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사람냄새를 맡고 싶었다.  다행히 기온이 올라간터라 시장엔 훈기가 돌았고 많은 사람들의 걸음으로 북적댔다.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이곳저곳을 살피며 걸었다.

 

 

 

오래전 학교다닐때 시험이 끝나면 꼭 들렸다. 희자와 중앙시장 어느 옷가게 밑에는 이것저것 분식을 파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었고 우린 그곳에서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를 그곳에앉아 갖은 수다와 함께 풀었다. 기껏 먹어보아야 떡볶이나 핫도그 삶은계란 라면... 그런것이었지만 아직도 그 시장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어 가끔 이렇듯 오랜옛날을 추억할 수 있는 것에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떡볶이는 그것만 먹으면 재미 없다. 순대도 함께 시켜 매운 양념에 한껏 뭍혀 먹는 것이 일품이다.

몇십년 장사를 하던 낯익은 떡볶이 아줌마도 있었다. 변함없이 한 세월 이곳에서 그렇게 살았나 보다.

큰것 바라지 않으며 그저 매일 한결같이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며 성심으로 나이를 먹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하나 더 드릴께요. ... '

 

 

<남대문 새벽시장에 나갈때면 아침이었던  구운 가래떡>

 

스물다섯때 부터 나는 자영업의 길에 들어섰다.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회사6년을 다니며 모은돈으로 서울영등포에서 서너평남짓한 조그만 터에서부터 장삿길로 들어선 것이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이런 사소한 인사조차 제대로 입에 올리지 못하고 그냥 조그맣게 웃으며 간신히 손님을 맞곤 했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눈물도 많이 흘렸다.  커피포트에 라면을 몰래 끓여 점심을 먹으며...  나의 시작은 그랬다.

 

 

그때 나의 주된품목은 여자들의 악세사리였고 남자선물용품 그리고 담배와 우표 나중엔 화장품까지 하게 되었다. 한달에 두어번 새벽 네시반에 큰 가방을 어깨에 매고 남대문으로 물건을 하러 나섰다. 지금같으면 어찌 그시간에 일어났는지 젊음이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한푼한푼 담배하나 팔고 조그만 핀 하나 팔고 바를 정正자를 수첩에 빼곡히 적으며 하루를 시작하던 눈물어린 시작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가난하고 참으로 남루하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처럼 걱정이 많지는 않았다. 새벽물건하러가는 날은 특히 힘이 넘쳤고 재미까지 있었다. 그 많은 물건을 여윈 어깨에 매고 버스 두번을 갈아타고 용감하게도 다녔던 것이다.  

 

 

코다리값이 굉장히올랐다. 작년까지만해도 이천오백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곳은 싼편이다. 얼마전에는 육천오백원에 샀는데...

고추장에 간장에 갖은 양념을 하고 자작하게 조리면 어른들과 남편은 제일 좋아한다. 이것 하나만 해 놓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없다. 시장에 나온김에 한묶음 샀다.

 

 

아이들을 위해 고등어도 샀다. 고등어가 세마리에 이천원밖에 안한다. 참 싸다. 다행이다. 아마도 이래서 사람들이 시장으로 오나보다. 마트가 싼 것 같아도 가만 계산해 보면 의외로 비싼편이다.

 

 

 

 

 

결혼을 하고도 나는 계속 가게를 꾸려갔다. 나중엔 직원 하나를 두게 되었고 품목을 더 늘렸다. 수십가지 이름을 무어라 부를 수 없는 잡동사니 가게를 한 것이다. 참 재미있던 시절, 나에겐 아마도 그때가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 부족했지만 오고가는 이들과 다정한 친구를 하며 커피를 나누고 한푼두푼 저축을 하며 꿈을 키워나가던...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 많지만 침을 삼키며 그만 둔다.

 

 

 

한 아이가 엄마 등에 업혀 간다. 아마도 추운지 자는지 엄마는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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