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동변상련

다림영 2009. 10.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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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변상련의 입장으로 나는 그에게 다만 무엇이라도 베풀어야 했다.

기운 하나 없는 목소리로 무엇하나 팔아달라는데 난 고개만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으로는 뭘 하나 팔아주어야지 그래도 내가 굉장히 낫지 않은가 하고

저울질 하고 있었다.

그가 웃으며 힘없이 돌아설 때도 부를까 말까 했었다.

커피라도 우유라도 한잔 대접할 걸 나는 잘못했나보다.

그의 선하고 기운없는 눈이 종일 다녀간다.

팔아주진 못해도 물 한잔이라도 나눌걸 그랬다.

아무것도 팔지 못해 그는 물 한병 사 먹지 못했을지도 모르는데..

고만고만 한 아이들이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벌써 몇번째 행상이 나를 들려 돌아서는가

뉴스에선 골목으로 쳐들어오는 대기업의 거대한 파도에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겠노라

정부는 어떤 발표를 쏟아낸다.

내 업종은 아니지만 참 다행이다.

 

 

 

 

오늘도 ..

후-..

한무더기 6학년 꼬마들만 다녀간다.

어제 왔던 녀석들이 친구들 데려왔다.

우리집 막내도 6학년인데 녀석들처럼 몰려다니겠다.

 

엄마는 하루종일 집에 없고

그저 친구따라 강남쏘다니겠다.

 

 

여행기를 잡고 있다.

나는 책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가난한 여행이다. 많은 삶의 깨우침들이 녹아 있다.

 

 

 

명절 그 이후

 

지난 추석을 생각해본다.

큰형님은 고삼아이가 있어 집이 서울인데도 안오시고

둘째형님은 아주버님의 경제력 때문에 추석당일날  모두가 기다리는 가운데

늦게 늦게 간신히 마음끌고 오시고도  손에 물 안 묻히고

막내는 전날 왔지만 입이 관악산보다 더 나와서 시동생을 잡아먹기 일보직전이고

 ..

 

아마도 부모가 재산이 있다면 어림반푼도 없는 얘기이겠지..

나도 며느리인데

나는 자꾸만 이집이 내 친정같이, 딸처럼 생각되어지는데

며느리들이 이상하고 또 이상하지만

..

그들의 입장이 되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나이가 자꾸 드니 젊을때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모든것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신랑이 미우면 신랑집 앞에 매어둔 강아지를 발로 찬다고 했던가 아니던가...

 

 

아..

생각하고 보니 한 몇년 지나면 모두 남이 될 것 같기만 하고

풍문으로나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을수 있겠다하는 마음이 들고..

 

난 물처럼 살아야 하는데..

오늘도 그 길로 들어섰는데 헤매이고

10월의 바람은 비냄새를 업고 흘러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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