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 여기 온 이래 생활 리듬이 깨져서 편지를 쓰지 못했어요. 몇 번을 써도 안 됩니다. 저는 소설가는 포기하고 이태리에서 우표팔이 아줌마를 해야겠어요. 돈 계산을 속이는 우표팔이가 되어 택시 운전기사를 하는 남편하고 둘이서 그날 수입을 계산하면서 살면 인생이 즐거울 것 같아요. 사람을 여럿 속이고는 낮잠을 자요. 그래도 신앙이 두터워서 교회에 가 얌전하게 고해를 하고 몇 번 기도하며 용서를 받은 다음에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장사를 할 거예요. 건강하신지요? 철학에서도 과학에서도 슬픔을 느끼는, 전기담요를 붙들고 사는 벗이여, 베를린에 계속있으면 당신은 갈수록 점점 스스로를 닮아버리겠지요. 당신을 접어서 속달우편으로 밀라노에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당신은 스스로에게서 좀 멀어지고 전기담요에서 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