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손때가 지극히 묻어있다. 또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족히 두번은 빌렸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읽기가 된 책 두고 두고 뒤적이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바람도 둥지의 재료 흐린가을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꼭꼭 눌러 담아 하늘에 편지를 쓰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운전중에 신호를 기다리다 작은 새 한 마라가 미루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짓는 모습을 보았다. 녀석은 제 몸길이보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쉴 새 없이 운반하며 얼키설키 보금자리를 엮고 있었다. 기특해 보였다. 차를 멈추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휙 하고 한 자락 바람이 불었다. 미루나무가 여러 갈래로 흔들리자, 녀석이 애써 쌓아 올린 나뭇가지에서 서너 개 가지가 떨어져 나와 땅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