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에 홀연히 나타난 한 무리의 하늘잠자리, 참 가볍다. 얼마를 덜어내야 저만큼 홀가분할 수 있을까.중력조차 따돌린 가붓한 부상. 내장을 토해 낸 듯 홀쭉한 배, 햇빛을 투과시켜 버리는 삽상한 날개. 어디에도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은 없다. 투명하다. 투명한 것들은 자주 침묵한다. 무엇을 더 해명하랴. 이미 속속들이 들켭저린 것을. 말을 입에 무는 순간 자명한 진실도 모호해져서는 뒤뚱거리게 되는 법. 종파에 관계없이 수행의 기본이 묵상인 것은 그 때문이리라. 하늘잠자리의 침묵은 그러나 고행승의 그것처럼 무겁지 않다. 맑고 밝고 가볍다. 이루려는 자의 침묵이 아니라 이룬자의 침묵 같은 것. 그런 회심의 침묵에서는 언제나 맑은 향기가 난다. 모진 겨울을 견뎌 낸 가지 끝에 비로소 핀 한 송이의 매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