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골목길을 걷다 곷향기에 취해 어느 집 대문 앞에 오래도록 서 있던 적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계속 훑어본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닫고선 흠칫 놀랐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꽃향기에 취해 한참을 머물렀던 그 집 앞, 낯선 그집을 올려다보며 나는 문득 어머니도 아버지도 안 계신 고향 집 대문을 떠올렸다. 이른 아침이면 창백하고 차가운 백마강의 운무가 집 안까지 밀려들던 집. 고향 집에서 풍기던 그 비릿한 냄새 속에는 늘 어딘가 모르게 곷향기가 섞여 있었다. 아카시아 곷향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밤꽃 향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언제 어디서든 꽃향기를 맡으면 웬지 아늑한 곳에 은신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풀곷 향기에서도 생의 안온함을 맡는다. 당신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