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채근담-

다림영 2024. 1.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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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시인인 백낙천은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놓아 버려 눈을 감고, 자연이 되어 가는대로 맡김이 가장좋다'라고 했다. 이와는 반대로 송나라 시인 조보지는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거둬들여 단속을 하고 일체읮 ㅏㅂ념을 버리고 선의 극치에 들어감이 가장좋다'라고 했다.

이 둘의 말은 극단적인데 전자의 말대로 마음을 놓아버리면 방종으로 흘러 미치광이가 되고, 후자의 말대로 마음을 지나치게 엄히 단속하면 생기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의 잣대를 잡고 놓아도 될 때는 놓고 당겨야 할 때는 당기면서 균형을 이루면 모든 것을 원만하게 이끌 수가 있다. 

 

비좁은 방에서 살지라도 모든 시름을 다 버린다면 어찌 호화스런 생활을 탐내어 말할 수 있겠는가, 석잔 술을 마신 후에 모든 진리를 깨닫는다면, 허름한 거문고를 달아래서 비껴뜯고 피리를 불어 맑은 바람에 실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않겠는가. 

정신이 왕성하면 배 이불을 덮고 누워도 천지의 화평한 기운을 얻을 수 있고, 맛에 집착하지 않으면 명아주국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인생의 담백한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우연히 뜻에 들어맞아야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든 물건은 천연 그대로의 것이라야 비로소 참맛을 보게 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인위적으로 고쳐서 늘어놓으면 그 맛이 줄어든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말하기를 ,' 마음은 일이 없을 때 유유자적하고, 바람은 저절로 불 때 맑다'라고 했으니, 진정의미 있는 말이로다!

 

오래 엎드려 준비한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꽃은 홀로 일찍 진다. 이런 이치를 알면 사람도 가히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수 있고 가히 초조한 생각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나무는 뿌리만 남은 뒤에야 비로소 곷과 가지와 잎의 헛된 영화를 알게 되고, 사람은 세상을 더나 관 뚜겅을 덮은 후에야 비로소 자손과 재물이 쓸데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로움과 욕됨에 놀라지 않고, 한가롭게 뜰앞에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며, 가고 머무는 데 뜻을 두지 않으니, 무심히 하늘 밖에서 구름이 일고 걷힘을 바라본다. 하는ㄹ은 맑고 달은 밝으니 어딘들 날지 못할까만 부나비는 홀로 촛불에 몸을 던지고, 샘물 맑고 풀이 푸르니 어느 것인들 먹지 못할까만 올빼미는 굳이 썩은 쥐를 즐겨먹는구나. 아, 이 세상에 부나비와 올빼미 같지 않은 사람이 그 몇이나 되겠는가?

 

 

물고기는 물속에서 헤엄치지만 물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지만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이 이치를 알면 가히 사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대 자연의 오묳한 법칙을 즐길 수 있다. 

 

마음속에 흔들림이 없으면 이르는 곳마다 푸른 산 푸른 물이요, 천성 가운데 덕을 기른다면 이르는 곳마다 물고기가 뛰놀고 솔개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것이다. 

 

 

참된 비어있음이 아니고,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진리가 아니며, 형상을 부수는 것 또한 진리가 아니다. 묻노니 세존은 무엇이라 말씀하셨는가?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나라. 욕망을 따르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망이 끊는 것도 괴로움이라.'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잘 닦고 몸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 

 

세상의 여러맛을 다 알게 되면 손바닥을 뒤집듯 하는 세태가 눈뜨고 보기도 귀찮아지고, 사람ㅇ이 마음을 온전히 깨달으면 사람들이 나를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 부르건 상관없이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다. 

 

황금은 광석에서 나오고 옥은 돌 속에서 생기니 참다운 깨달음도 현상계를 더나서는 구할 수가 없다. 술 가운데서 도를 얻고 꽃 속에서 신선을 만낫다고 하는 것은 비록 운치는 있지만 현상계를 떠나서는 깨달음이 없다는 진리로 미루어 속세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오로지 생각을 없애려고 애를 쓰나 결국 없애지 못한다. 그러니 지나간 생각에 마음을 두지 말고, 앞으로 오는 생각도 섣불리 추측하지 말며, 오직 현재의 일을 충실하게 처리해 나가면 차츰 무념무상의 경지로 들어가게 된다. 

 

 

스스로 만물의 주인공이 되어 만물을 자기 듯대로 부릴 줄 아는 사람은 명리를 얻었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고, 잃었다 해서 근심하지 ㅇ낳는다. 이는 온 천지가 다 그의 놀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물의 지배를 받는 사람은 물건의 노예가 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당하면 싫어하고 , 순조로운 환경을 아기니 털끝만한 일에도 금방 얽매이게 된다. 

 

본체가 없으면 현상도 없으니 현상을 버리고 본체만 잡으라는 것은 마치 그림자는 버리고 형체만을 남겨 두려는 것과 같다. 마음이 비면 경계도 비는 법인데, 경계는 버리고 마음만 보존하려는 것은 마치 비린내 나는 것을 모아놓고 쇠파리를 쫓으려는 것과도 같다. 

 

사람이 살아 내가 생겨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 가를 생각해보고, 도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될까를 생각한다면 곧 온갖 헛된 욕심과 근심이 다 사라져서 식은 재와 같아지고, 본성만이 고요히 남아 절로 사물의 묶임에서 벗어나 천지 만물이 창조되기 이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을 것이다. 

 

병이 든 뒤에야 건강이 보배인 줄 알고, 어려움에 처해서야 평화가 복된 줄안다. 이는 일찍 아는 지혜가 아니다. 복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살기를 탐하는 것이 죽음의 원인이 됨을 아는 이 탁월한 지혜일 것이다. 

 

인생의 복과 재앙은 모두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하기를 ,'욕심이 타오르면 그것이 곧 불구덩이요, 탐욕과 사랑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이다. 마음이 맑으면 불길도 연못읻 ㅚ고, 마음이 깨닫게 되면 배는 피안에 닿는다.'고 

했으니, 생각이 달라지면 이처럼 경계는 갑자기 변하겓 ㅚㄴ다. 그러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끼줄로도 톱을 삼아 오래 톱질하면 나무를 자르고,물방울도 오래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찾기를 구해야 한다. 물이 모이면 도랑이 되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하게 하늘에 맡겨야 할 것이다. 

 

 

풀과 나무는 시들어 떨어지면 곧 다시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은 추위가 닥쳐와도 마침내 그 속에서 봄기운이 돌아온다. 만물을 죽이는 기운 가운데에서도 자라나게 하는 듯이 늘 주인이 되니, 이로서 능히 천지의 뜻을 볼 수 있다.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고 맑게 흐르는 물을 보면 사람의 뜻도 더욱 깊어진다. 눈비 오는 밤에 글을 읽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에 올라 시를 읊노라면 시의 흥취가 더 돋우워진다. 

 

마음이 넓으면 아무리 많은 재물도 질항아리와 같고, 마음이 좁으면 한 오라기의 머리카락도 수레 바퀴처럼 크게 보인다. 

 

자기 한 몸에 대하여 온전히 깨달은 사람은 능리 만물로써 만물에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리는사람은 능히 속세에 잇으면서도 속세를 벗어날 수 있다.

 

사람이 너무 한가하면 슬그머니 잡념이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마음의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불가피하게 몸과 마음의 근심을 지녀 잡념을 경계하고, 또한 풍월의 취미 또한 즐기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은 종종 흔들려 그 본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만약 아무 생각도 일어나지 않도록 맑게 하여 조용히 앉아 있다면, 구름이 일어나면 구름 따라 함께 흐르고, 빗방울이 떨어지면 시원하게 함께 맑아지며, 새가 지저귀면 즐거운 느낌으로 듣고, 꽃이지면 그 지는 모습에서 스스로 얻은 깨달음이 있을 것이니, 어느 곳인들 참된 경지가 아니며, 어느 것인들 참된 기운이 스며 있지 않겠는가?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없는 소득은 조물주의 낚싯밥이 아니면 곧 세상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이다. 이런 경우에는 눈을 밝게 하여 살피지 않으면 그 꾐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인생은 본디 꼭두각시놀음에 불과하니 오직 그 근본 뿌리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의 즐도 헝클어짐잉 ㅓㅄ어야 감고 푸는 데 자유롭고, 나아가고 멈춤이 모두 내게 있게 되니 털끝만큼이라도 남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면 문득 이 놀이 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좋은 일이 생기면 또한 나븐일도 생기니, 천하는 항상 일이 없는 것을 복으로 삼는다. 엣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그대에게 권하노니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일일랑 말하지 마오, 한 장수가 공을 이루는 데는 1만 병사의 뼈가 마른다오' 하였다. 또 이르되 '천하가 항상 평화롭다면 칼이 칼집속에서 천년을 썩어도 아깝지 않소' 하엿으니 비록 영웅의 용맹스러움이 잇을 지라도 알지 못하는사이에 얼음과 눈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건 한 푼을 덜어내면 곧 한 푼을 벗어나게 된다. 만약 사귐을 줄이면 줄인만큼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그만큼 적어지며, 생각을 줄이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함을 덜면 곧 그만큼의 본성을 지킬수 잇다. 사람이 날마다 더는 것을 구하지 않고 날마다 더함을 구함은 스스로 자기 인생을 얽어매는 것이다. 

 

천지운행의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쉽지만, 인간세상의 더위와 추위는 피하기 어렵고, 인간 세상의 더위와 추위는 피하기 쉽다고 해도 내 마음은 얼음과 숯불은 버리기 어렵다. 만일 내 마음속의 변덕스러움을 버릴 수만 있다면, 가슴 가득 따듯한 기운이 가득해 가는 곳마다 마음이 절로 즐거울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의 모든 일은 모두 인연을 따라 이루어진다'는 수연과 유교에서 말하는 '자기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소위 이 네 글자는 곧 바다를 건너는 구명대이다. 대개 세상살이는 아득하게 멀기 대문에 한 생각에 완전함을 구한다면 곧 만 갈래 마음의 실타래가 어지럽게 일어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자기의 인연에 다라 편하게 살면 이르는 곳마다 안심입명을 얻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채근담/홍자성/김이리엮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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