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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참지도 성내지도 않는 제 3의 길

다림영 2023. 11. 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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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행복]법륜스님/나무의 마음 중에서 -

우리는 화가 날 때 보통 두 가지 행동을 합니다.즉 화를 내거나 참지요. 그런데 화가 일어나면 참느냐. 내지 않느냐 두 길 밖에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화를 내지도 참지도 안흔 제 3의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분이 화를 다스리는 법을 알려달라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면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편입니다. 말을 하자니 사안이  너무 사소한 것 같고, 안 하자니 화가나요. 화가 날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지금처럼 속으로 삭이는 것이 나을까요?"

 

화가 난다고 화를 다 내어버리면 상대도 덩달아 화를 내기 때문에 화를 더 확대생산하게 되니 이 방법은 제일 하수입니다. 반대로 화를 참는 것은 갈등을 확대생산하지는 않지만 참으면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드니 이역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참는 것이 누적되면 화병이 생깁니다. 화병이 생기면 목이 뻣뻣해지고 뒷골이 아프다가, 조금 더 심해지면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도 아픕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참고 살았기 때문에 화병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런경우는 정신과에서 응급치료목적으로 오히려 화를 풀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온 화를 계속해서 참기보다는 오히려 적절하게 표출하도록 유도해 치료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화병이 완화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고 응급처방이에요. 물이 끓어넘칠 때 찬물을 한 바가지씩 붓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 끓는 화는 막을 수 있지만 곧 또다시 끓어넘칩니다.

 

세상에서는 화를 참는 사람은 화를 안 내니까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 행복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예요. 행복은 괴롭지 않는 것인데, 화를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어느 날 한 브라만이 자기 신도를 빼앗아갔다며 부처님께 욕설을 퍼부었어요. 부처님께서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계시니까, 그 브라만은 자기가 이겼다며 큰소리를 쳤어요. 그러자 부처님께서 브라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둔한 자는 욕과 비방을 늘어놓고서 자기가 이겼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올바른 인내를 아는 이의 것이다. 성내는 자에게 되받아 성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알아야 한다. 상대의 감정에 말려드니 상대에게 진 것이고, 자기 분을 못 이기니 자기 자신에게도 진 것이다. 결국 이중으로 패배한 셈이다. "

 

부처님께서 브라만이 하는 소리에 아무 말없이 가만히 듣고만 계셨던 것은 그 사람이 하는 얘기가 옳다고 여겨서가 아니에요. 브라만이 살아온 배경이나 지금의 처지를 감안하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한 겁니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 불쌍히 여기고 연민을 느낀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저런 수모를 겪고도 어덯게 참을까' 싶을 거예요. 그러나 정작 부처님은 참는 게 아니라, 다만 이해하고 인정해서 감정의 동요가 없었던 겁니다.

 

화가 일어나는 그 근본을 살펴 알게 되면 아예 화가 일어나지 않는 단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너 때문에 화가난다' 는 생각이 들때 '정말 그럴까?'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는 거예요.

 

'아이가 저런다고 내가 왜 화가 날까?"

'남편(아내)가 저런다고 내가 왜 괴로울까?'

'상사가 저런다고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렇게 자기 감정의 근원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에 휩쓸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면 화낼 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어요. 화를 돋우는 건 아이도, 배우자도, 직장 상사도 아니고, 바로 나 자신 때문입니다. 

내 의견을 , 내 취향을, 내 생각을 고집하기 대문에 답답하고 화가나고 괴롭고 슬픈 것이지요. 

이것을 깊이 관찰해서 화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비로소 어떤 일에도 화가 일어나지 않는 다는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감정을 절대적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 감정이란 습관에 의해 형성된 결과물일 뿐이에요. 결국 습관이 나를 끌고가는 거나 다름없어요. 습관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겁니다.  다른말로 표현하면 지금 화가 나는 것은 지난 시절에 내가 뿌린 씨앗이 움튼 것이고, 계속해서 화를 내는 것은 또다시 미래에 좋지 않은 열매를 맺게 하는 인연을 짓는 겁니다. 

 

물론 순간순간 화가 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연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꾸 놓치게 되지요. 하지만 일상적으로 화를 억누르는 대신 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아라차리려는 노력만으로도 어느덧 화를 덜 내는 단계로 가게 됩니다. 

 

하루에 열 번 내던 화를 아홉번만 내게 되고 아홉번 내다가 일곱번 내면 성공한겁니다. 전에는 화를 움켜쥐고 있으니까 화가 한 시간씩 지속되었다면 ' 아, 내가  또 미쳤구나' 하고 자각하면 10분만에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리가 흔히 화난 사람을 '미쳤다' 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모습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은 누가 칼을 들고 찌르겠다고 위협하면 도망을 가야 맞는데, 불같이 화가 나 있으면 어떤 가요?

옷을 걷어올리고 배를 들이밀면서 어디 한번 찔러보라고 덤비죠. 제정신이 아닌 거예요.

 

그런데 습관적으로 화가 일어나더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 너 또 미치는구나!' 너 또 너만 옳다고 성질부리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잇다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싯돌이 불꽃을 일으켜도 종이를 갇다 대지 않으면 불꽃은 이내 사라지고 말듯이, 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화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무제삼는게 아니고 '내가 놓쳤구나' 하고 자각하면 화가 일어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또 화를 내더라도 지속시간이 줄어드는 식으로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상대가 화를 낼 때는 바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 마음이 조금 고요해졌다 싶으면 거기서 더 나아가 남편이나 아내, 자식이나 부모, 친구나 직장동료가 화를 내고 욕을 할 때 빙긋이 한 번 웃어보세요.

 

아마 처음에는 열에 아홉은 잘 안 될 겁니다. 겨우 입으로는 웃더라도 마음은 잘 웃어지지 ㅇ낳을거예요. 그렇더라도 억지로 한번 웃어보고, 내일 다시 웃어보고, 모래 또 웃어보세요. 그렇게 상대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상대가 어떻게 하든 그로부터 자유로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책 행복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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