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짐읽기, 한발 앞서 움직이는법
[건괘]는 잠룡이야기에서 시작했다.[곤괘]는 조짐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곤괘]는 대비하고 갈무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짐을 읽을 줄 모른다면 언제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 판단할 수 없다. 수세일수록 더욱 선제행동이 필요하다. 더 빨리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곤괘]는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닥칠 것"이라는 통찰에서 출발한다.
오늘 벌어지지 못할 일은 없다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은 "분명한 것은 오늘 절대 벌어질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반박할 수 없는 주장이다. 오늘 벌어질 수 없는 일이란 없다. 오늘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하지 말란 법도 없고, 오늘 지구의 종말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사실 그렇지 않다.
중국에는 이런 속담들이 있다.
"뚱보는 한 숟갈 먹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세 척이나 되는 얼음은 하룻밤 추위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아홉 길 높이의 멧부리가 어찌 하루아침에 쌓아올린 것이겠는가."
이 속담들이 의미하는 바는 다 같다. 몸이 많이 불었다면 오늘 밥 한 숟갈 더 먹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한 강물이 강바닥까지 얼어붙었다면 하루 이틀 추워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피라미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모두 같은 뜻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어떤 일도 오늘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모든 가능성을 향해 완전한 자유운동 상태로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종말을 예로 들어보자. 오늘 지구의 종말이 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온다면 어떻게 올까? 소행성과 충돌해서? 만약 오늘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할 예정이었다면 빠르게는 몇 해전, 늦게는 몇 달전부터 세계의 천문대가 들끓었을 것이다. 지구를 향해 맹렬히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천체가 관측되었을 것이므로, 영화에서처럼 그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한 우주선이 발사되엇을 수도 있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같은 돌발상황조차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조짐이 있다. 만약 우리가 까맣게 모른 채 소행성과 충돌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조짐을 파악할 능력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조짐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를 뒤덮을 만한 지진과 용암 분출과 화산 폭발과 쓰나미에 의해서? 아무리 지진 예측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런 일도 어느 날 갑자기 터지기는 힘들다. 지구를 종말에 빠뜨릴 만한 엄청난 충격파의 지진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용암이 병아리들 숨바꼭질 하듯 발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우리 등 뒤로 다가오는 것은 100만 대군이 적의 정찰병에게 머리카락도 포착되지 않고 적국의 수도까지 침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런 대규모 용암의 분출은 지각 밑에 머물 때부터 이미 지각을 울퉁 불퉁하게 만들고 크게 들썩거리며 폭발 오래전부터 자신의 험악한 존재를 맹렬히 알릴 것이다.
조짐없는 변화는 없다. 큰 변화일수록 조짐은 여러차례 더 분명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조짐에 눈을 감을 뿐이다.
조짐없는 변화는 없다.
한사람의 신상변화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누구라도 오늘 세상을 하직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조짐은 있다.
앞으로 급하게 돌아가는 이들조차 오래전부터 이런 저런 증상이 나타난다. 뜻밖의 사고로 돌아가는 이들조차 오래전부터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난다. 뜻밖의 사고로 돌아가는 이들도 조짐은 있다. 평소에 길을 건널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는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술마시고 자주 필름이 끊어짐에도 자제하지 않는다면 그는 음주문제의 발생확률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돌연사조차 조짐이 있다. 평소에 과로를 많이 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할 줄 모른다면, 더구나 스트레스에 예민한 체질이라면, 그는 돌연사의 가능성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순자는 "천년의 일을 알고자 한다면 오늘부터 헤아리고, 억만가지 일을 알고자 한다면 한두가지 일부터 살피라"고 했다. 작은 것을 볼 줄 알아야 천년의 역사를 써낼 수 있고, 한두가지 일을 살펴서 파악할 줄 알아야 세상사를 논할 수있는 것이다. 이 작은 것들이 바로 조짐이다.
조짐이 없는 변화는 없다. 작은 변화일수록 조짐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러나 큰 변화일수록 조짐은 자주 다양하고 분명하게 나타난다.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닥칠것"이라는 [곤괘]의 첫째 그늘 효사에 대한 [문어전]은 이렇게 말한다.
선을 쌓아온 집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아직 남아있고, 선하지 않은 일을 쌓아온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아직 남아있다.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고 자식이 아비를 시해하는 일은 하루아침 저녁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렇게 될 원인이 점점 쌓여온 것이니, 그 조짐을 일찍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에 그 지경에 이른 것이다.
[역경]에서 말하기를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고 한 것은 일이 이렇게 순서에 따라 이루어짐을 말한 것이다.
어떤 조짐은 내 재산이 다 날아가거나 내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임을 보여준다. 어떤 조짐은 나라가 두 동강 나거나 패망할 것임을 보여준다. 위기를 피하려는 이들이 이런 심각한 조짐에 어찌 눈을 감겠는가. 하물며 운명을 바꾸려는 이라면 더욱 그 조짐에 민감해야 할 것이다.
나쁜일이 세상에 충격을 던지는 범죄로 터져 나오기까지는 조짐이 쌓이고 쌓인다. 좋은 일도 마찬가지다. 누대에 걸쳐 선업이 쌓였을 때 진정으로 위대한 일이 이루어진다.
#책[운명앞에서 주역을 읽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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