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도는 만물을 생성하지만 소유하지 않고, 형상을 만들고도 주재하려 하지 않는다. 네 발로 걷는 짐승과 부리로 먹는 새, 기어다니는 벌레도 도를 기다려 태어나지만 그것이 도의 덕인 줄 알지 못하고, 도를 기다린 뒤에 죽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기어다니는 벌레도 도를 기다려 태어나지만 그것이 도인 줄 알지 못하고, 도를 기다린 뒤에 죽지만 원망하지 ㅇ낳는다. 만물을 얻어서 이롭게 된 사람도 도를 칭송하지 않고, 만물을 이용하다가 실패한 사람도 도를 비난하지 않는다.
만물을 모아 축적해도 도는 더 부유해지지 않고, 만물에게 베풀어 나누어 주어도 도는 더 가난해지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봐도 알 수 없고, 너무 작아서 끝이 없다.
높이 쌓아도 높아지지 않고, 무너뜨려도 낮아지지 않으며, 더 보태도 많아지지 않고, 덜어내도 적어지지 않으며, 갂아도 얇아지지 않고, 죽여도 죽지 않고, 뚫어도 깊어지지 않고, 메워도 얕아지지 않는다.
황홀하여 형상할 수 없고, 황홀하여 끝이 없다. 그윽하고 어두워 형체가 없는 듯하며, 깊숙하면서도 환하여 헛되이 움직이지 ㅇ낳는다. 강함과 부드러움에 따라 말렸다 퍼지며 음양과 더 불어 오르고 내린다.
득도한 사람은 곤궁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영달해도 영화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 자리에 있어도 위태롭지 않고, 그릇에 물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뒤집히지 않는다. 새것이라고 해서 반짝거리지 않고 오래 되었다고 해서 색깔이 바뀌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물에 빠져도 젖지 않는다. 그러므로 권세를 기다리지 않아도 존귀해지고 재물을 기다리지 않아도 부유해지며 힘을 기다리지 않아도 강해진다.
평평하고 텅비어서 아래로 흐르고 만물의 변화와 함께 자유롭게 비상한다. 그러한 사람은 귀한 금을 산에 감추고 귀한 보물을 연못에 숨겨 두며 재물을 이롭게 여기지 않고 권세와 명예를 탐한다.
그러므로 편한 삶을 즐겁게 여기지 않고 재물이 없는 삶을 슬퍼하지 않으멱 귀한 신분을 안락하게 여기지 않고 비천한 삶을 위태롭게 여기지 않는다.
득도한 사람은 형체와 정신, 기운과 의지가 각각 마땅한 곳에 머물며 천지가 하는 대로 순응한다. 형체는 생명의 집이요, 기는 생명이 가득 찬 것이요, 정신은 생명을 주관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자리를 잃으면 세 가지가 상처를 입는다.
그러므로 성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직분을 지켜 서로 간섭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형체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데 있으면 망가지고 ,
기는 자기가 채워야 할 곳이 아닌데 채워져 있으면 새어나가며, 정신은 마땅히 써야 할 곳이 아닌데 사용하면 어둡게 된다. 이 세가지는 신중하게 지키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물에서 도를 배우다
천하에 사물가운데 물보다 유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물의 크기는 끝이 없고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짧은 것은 무궁(공간이나 시간 따위가 끝이 없음)에 이르고 먼 것은 무애(넓고 멀어서 끝이 없음)에 도달하여 ,
줄어들고 늘어나는 것이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하늘로 올라가면 비와 이슬이 되고 땅으로 내려가면 연못이 된다. 만물은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모든 일도 물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뭇 생물을 두루 포용하며 사사로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없고, 은택이 벌레 같은 미물에게까지도 미치면서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넉넉함은 천하를 채워 주면서도 다함이 없고, 덕은 백성들에게 베풀어지면서도 소모되지 않는다.
흘러가면 끝을 알 수 없고, 작아지면 손으로 움켜쥘 수가 없다. 때려도 다치지 않고, 질러도 상하지 않으며, 베어도 끊어지지 않고, 태워도 불에 타지 않는다.
책[회남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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