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가 입안으로 흘러드는 순간,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터키인 압달카디르(1597)의 말이다. 한 잔의 커피로 모든 근심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근심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다. 커피를 한 잔 하는 것, 그것은 한 가지 일의 끝맺음을 뜻하며 새로운 일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커피 타임은 휴식이면서 동시에 준비이다. 커피는 변화와 지속의 이중주인 것이다.
사실 커피라면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도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카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는 잠시지만 일탈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들은 매일의 삶에 충실하려고 하는 한편 가끔은 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것이 아무런 위험도 따르지 않는 탈출이라면 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다.
카페는 온갖 잡동사니가 매일 어지럽게 널려 있는 집안 풍경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언제나 깨끗하며 춥거나 어둡지도 않다. 항상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때로는 찬란한 빛이, 때로는 은은한 빛이 흐르는 곳이다. 커피를 마시는 일 외에도 사람들이 카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다른 음료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일, 신문을 읽거나 전화를 하는 일 등이 모두 가능했다.
나이 든 이들은 카페의 빛과 따뜻함 속에서 흘러간 추억들을 회상하며 자기 생의 심포니를 듣기도 한다.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않다면 누가 그토록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비 행위를 마다하겠는가. 때로는 낯선 곳에서 때로는 이미 익숙한 곳에서 상냥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달콤할 밖에!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보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카페가 서로 볼 수 없는 구조를 가진 카페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이 타인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다면 부담이 더욱 적어진다.
사람들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 타인들이 모여 만드는 무리 속에 자신을 두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때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보이기 위해서도 카페를 찾는다. 타인을 위해서 치장을 하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니 말이다. 19세기 유럽의 카페에서는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거울이 유행했다. 카페를 찾은 많은 유럽인들이 카페의 거울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켰음은 물론이다. 이 거울들은 19세기 유럽에서 카페가 성공을 거두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신문을 읽으면서도 카페에 온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 다른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가십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동료들과 함께 떠들면서 스스로 그런 가십을 전달하기도 한다.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카페에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카페가 발전한 이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래서 카페Cafe는 바Bar와 레스토랑Restaurant,클럽Club 등과 다르다. 카페는 술의 힘을 빌리려고 들르는 바와 다르고, 주로 부유층만 이용하는 레스토랑보다 대중적이며, 미리 구성원을 정해놓은 클럽보다 훨씬 민주적이다.
클럽에는 계층이나 세대의 구별이 엄격하지만 카페에는 그런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처음부터 카페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카페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렸다.
유럽에서 커피는 사상과 대화 그리고 꿈을 매개하는 촉매제였다. 카페에 모여 함께 어울려 동시대를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사회를 그리고 꿈꾸어왔다.
카페는 이중적인 역할을 맡았다. 카페는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노동과 일터,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탈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몇몇 사람들에게 대안의 일터이기도 하다.
헤밍웨이, 시몬 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등 수많은 문인과 학자, 사상가와 미래의 혁명가들이 카페에서 실제로 작업을 하거나 영감을 얻었으며 그 영감을 공유했다.
카페는 극히 개인적인 즐거움을 얻는 곳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을 담아내고 공존 공생을 모색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것이 카페의 매력이다. p232~235
<유럽커피문화기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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