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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에/임영조-
눈이 내린다
분분하게 떠도는 소문처럼
차고 흰 포고령이 내린다
이 겨울 어수선한 지상을 보며
하늘은 계속 미간을 찌푸린 채
마침내 결단을 내리듯
헐벗고 추은 산과 들을 덮는다
이미 잘 못 산 생애와
스스로 절망한 자는
과거를 표백하듯 망각하라고
그 다음 다시 시작하라고
이 세상 모든 흉허물을 지운다
날을 세운 바람은
무시로 눈사태를 몰고 와
키가 큰 것들만 사납게 난타한다
함부로 날뛰지 말고
침묵하라! 근신하라!
채찍 소리 날리며 몰아세운다
이제 완전한 백지 상태
하얀 고요가 장악한 나라
너무 넓어 눈 시린 여백 위에
맨 먼저 무슨 말을 써야 할까
도무지 엄두가 안 나거든
그 자리에 선 채로 백치나 되자
눈먼 사랑으로 뭉쳐진
눈사람처럼.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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