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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꽃에 몰두하듯이外 /해세

다림영 2013. 11. 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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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꽃에 몰두하듯이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당신과 같은 생각과 의문을 갖고 읽어서는 안된다. 당신은 꽃 한 송이를 관찰하거나 그향기를 맡을 때, 곧바로 그 꽃을 꺾고 짓이겨서 현미경 밑에서 갖다 대고 연구하면서 왜 그 꽃이 그처럼 젊어 보이고 그런 향기를 뿜어내는지 알아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꽃의 색과 형태, 향기, 꽃이라는 존재가 지닌 고요함과 수수께끼 같은 신비로움이 당신에게 다가오도록 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그 꽃을 체험한 것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대는 고요히 그 꽃에 몰두할 능력이 생길 것이다.

당신은 꽃을 감상하듯이, 시인들이 쓴 책을 읽을 때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내면의 문

 

한 시인의 작품을 진실로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물을 필요도 없고 지성적이거나 도덕적인 결과들을 기대할 필요도 없이 그 작품에서 작가가 주려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다. 그런 독자에게 시인의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언어는 독자가 바라는 모든 대답을 해준다.

 

작품을 해석하는 일은 지성이 유희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종종 아주 아름다운 유희이다. 흑인들이 만든 조형미술에 관한 책이나 12음계의 음악에 대한 책을 읽고 쓸수 있다는 것은, 머리는 좋지만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는 멋진 유희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예술 작품의 내면으로까지 들어가는 길은 발견하고 못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그 내면의 문 앞에서 수백 개의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려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지만, 사실은 그 문이 이미 열려 있다는 사실을 전혀 보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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