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삼복사온(三復四溫)

다림영 2013. 10. 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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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9

정민의 世設新語

 

삼복사온(三復四溫)

 

마오쩌둥은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독서광이었다. 그가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책이 잇었다. 타지로 시찰을 나갈 때나 회담차 모스크바로 갈때도 도중에 읽을 도서 목록부터 챙겼다. 그는 임종하기 직전 의사의 응급 처치를 받으면서도 송나라 때 홍매(洪邁)용재수필(容齋隨筆)’을 읽었다.

 

그의 독서법은 그 자신이 삼복사온(三復四溫)’이라 명명한 방식이었다. 세 번 반복해 읽고 네 번 되풀이해 온축하는 독서 방법을 가리킨다. 이와 함게 마오는 붓을 들지 않고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不動必黑不讀書)’는 원칙을 지켰다. 그는 책을 읽고 나면 표지 위에 동그라미 하나를 표시했다. 두 번째 읽으면 동그라미 하나를 더 추가했다. 그는 기본이 되는 고전을 수도 없이 되풀이해 읽고 또 읽었다. 그가 아껴 읽은 책의 표지에는 으레 4,5개씩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본문 중에도 직선과 곡선의 밑줄, 동그라미와 점, 삼각형이나 의문부호 등 각종 표시들로 어지러웠다.

 

책의 여백에 메모도 부지런히 했다. 필기구가 그때마다 달랐으므로 여러차례 읽은 책은 한 책 속에 다양한 색깔의 부호와 메모가 남았다. 특별히 중요한 대목은 별도의 공책에 초록했다. 독서 일기도 썼다. 책 속 내용에 동의할 수 없거나 잘못된 내용은 바로잡아 두었다.

 

그는 홍루몽을 특히 아꼈다. 측근에게 다양한 판본을 구해 줄 것을 부탁해 10종이 넘는 같은 책을 읽어 치웠다. ‘루쉰전집도 판본을 바꿔가며 평생 애독했다. 나중에 시력이 나빠지자 그를 위해 판형을 크게 한 전집을 특별히 간행했을 정도였다. 청대 판본의 이십사사는 모두 850책의 거질인데, 매 책마다 어김없이 권점과 표시들이 남아 있다. 식사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독서 삼매에 빠져들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읽던 대목을 마치고서야 수저를 들었다.

 

이런 삼복사온 독서로 온축된 지성이 그의 연설이나 일상적 대화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상대방을 압도했다. 지도자의 경륜이 반복적 고전독서에서 모두 나왔다.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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