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어떤 사람이 상대방의 생명력을 흡수하며, 다른 쪽이 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 대신 거의 아무것도 주지 않는 사랑이 있다. 매우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이러한 흡혈적 유형에 속한다. 그들은 희생자들로부터 차례차례 그 생명을 흡수한다. 그러나 그들은 번영하고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반면, 그들이 희생시킨 사람들은 점점 더 창백하고 희미하고 우둔해진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그들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결코 목적 그 자체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잠시 동안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 다만 그들 자신의 활동에 대한 자극- 아마도 매우 비인격적인 것이리라- 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분명히 이러한 사랑은 그들의 성격상의 결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이러한 결함은 진단하기도 치료하기도 쉽지 않다. 그것은 흔히 거대한 야심과 결부되어 있는 특성이며,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지나치게 일면적인 견해에 근원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랑, 각자를 각자의 선을 위한 수단으로 볼 분 아니라 공동선을 가진 결합체로 보는 사랑은 진정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자아가 철벽 속에 갇혀 있어서 자아의 확대가 불가능한 사람은 직업에 있어서 아무리 성공했다 하더라도 인생이 제공하는 최선의 것을 상실하는 것이다.
사랑을 도외시하려는 야심은 일반적으로 인류에 대한 일종의 분노 또는 증오의 결과이며, 이러한 분노나 증오는 어린 시절에 겪은 불행, 어른이 된 다음에 겪은 불공평, 또는 피해망상을 일으키는 기타 원인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다. 지나치게 강한 자아는 세상을 충분히 즐기고자 한다면 반드시 탈출해 나와야 할 감옥이다.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자아라는 감옥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의 표지이다. 사랑을 받는다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받는 사랑’은 ‘주는 사랑’을 해방시켜야 하며, 두 가지 사랑이 같은 정도로 존재하는 경우에만 사랑은 그 최대의 가능성을 달성한다.
주고받는 사랑을 가로막는 심리적 또는 사회적 장애는 중대한 악이며, 이 악으로 인해 세상은 언제나 피해를 입어왔고 지금도 피해를 입고 있다. 사람들은 혹시 부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칭찬하기를 주저한다. 사람들은 사랑을 준 상대로부터 또는 비판적인 세상으로부터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서 사랑을 주기를 주저한다. 도덕이라는 미명 아래, 그리고 세속적인 처세술이라는 미명 아래 경고가 만연하고, 그 결과로 사랑에 관한 한 관용과 모험심은 좌절된다.
이러한 모든 일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생 동안 근원적인 욕구와 행복의 불가결한 조건,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일으키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이른바 부도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적 관계에는 흔히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근원적인 적의가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남자나 여자나 각기 자기 자신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근원적인 고독을 간직하고 자기의 세계를 버리지 않으며 따라서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다.
이러한 경험에 근원적인 가치는 없다. 나는 성적 관계를 조심스럽게 피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성적관계를 피하는데 꼭 필요한 수단은 보다 가치있고 깊은 사랑이 성장하는 데에도 방해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가치를 가진 유일한 성적관계는 두 사람의 모든 인격이 융합하여 새로운 공동의 인격을 형성하는 성적 관계라는 점이다. 모든 형태의 조심성 가운데서도 사랑에 대한 조심성이 참된 행복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것이리라.
행복의 정복 –러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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