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속담 중에 “사람이 방만 구하면 빵도 얻지 못하지만, 빵 이상의 것으 추구하면 빵은 저절로 얻어진다”는 말이 있다. 주자는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면 이익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장차 그 몸을 해치고, 의리를 추구하면 이익은 따로 구하지 않아도 절로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말했다. 다산의 논법도 이와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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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가 물건을 실어 나른다면, 문장은 도를 실어 나른다. 수레의 화려한 장식이나 문장의 화려한 수식은 물건이나 도를 운반하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 뿌리가 든든해야 양분을 끌어올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뿌리가 도덕이라면, 문장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꽃이 불과하다. 꽃이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근원은 뿌리에서 왔다. 이것을 잊으면 안되는데, 사람들은 거름을 주어 뿌리의 힘을 돋울 생각은 않고, 꽃만 피우겠다고 난리다.
“콩과 조는 천하에 지극한 맛이다. 쪄서 밥을 지어도 맛있고, 볶아서 떡을 만들어도 맛있다. 또 달리 범벅이나 죽, 밀과나 엿을 만들어도 또한 모두 맛이 있다.” 다산이 <나씨가례집어서><6~34>에서 한 말이다. 바탕이 되는 공부는 모두 이처럼 그 효용이 다함이 없다.
다산은 말한다. 지름길을 찾아라. 더뎌 보이는 길이 지름길이다. 무슨 답답한 말이냐고 하지 마라. 해보면 그게 훨씬 바르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맨당땅에 헤딩하듯 하는 공부는 백날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규모를 세워라. 갈림길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덤불 속에서 방황하지 않으려면, 돌밭에서 목마르지 않으려면 지름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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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풀이하는 절차다. 심입천출이라 했다. 공부는 깊게 들어가서 얕게 나와야 한다. 세게 공부해서 쉽게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수들의 말은 쉬워 못 알아들을 것이 없다. 하수들은 말은 현란한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읽을 때는 뭔가 있는 것 같다가도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다산은 말한다. 시시콜콜히 다 배우려 하지 마라. 한 모서리를 들어 전체를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를 들어 열을 아는 공부를 해라. 하나를 배워 하나만 아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큰 공부를 하려면 안목이 열려야 한다. 식견이 툭 터져야 한다. 앞뒤가 꽉 막힌채 책만 붙들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통째로 보고 핵심을 잡아야 한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붙들어라. 삼라만상이 모두 책이다. 네 오성을 활짝 열어라.
다산은 말한다. 부지런히 메모해라. 쉬지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록해라.
다산은 말한다. 공부는 따지는데서 시작해서 따지는 것으로 끝난다.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꿸 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꼼꼼이 따지고 낱낱이 따져라. 그저 보아넘기거나 대충 넘어가지마라. 비교해보고 대조해보고 견주어보고 흔들어 보아라. 선명한 길이 뚜렷이 드러날 때까지 다지고 또 따져라...
다산은 말한다. 공부에 끝이 있는가?공부에는 끝이 없다. 마음을 푹 담가 한 우물을 들이파라. 살펴보고 따져보고 또 살펴보고 따져보라. 이쯤하면 되겠지,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런 것도 없다. 장벽을 만나거든 네 마음속으로 걸어들어가라. 잠시도 놓지말고 석연하게 투득하라. 그래야 네가 하는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다산은 말한다. 한번 지나간 버스는 세울수가 없다. 기회는 불시에 찾아온다. 두 번 오지 않는다.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헤아려 대비하라.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핵심을 찔러라. 맥락을 읽고 행간을 읽어라. 글을 읽지 말고 마음을 읽어라. 껍데기만 쫒지 말고 알맹이르 캐내라.
다산은 말한다. 메모하고 정리하라. 그리고 그 내용을 글로써서 질문하고 토론하라. 공부는 토론을 통해 발전한다. 남김없이 질문하고 가차없이 비판하라. 토론의 자리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체면을 갖추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한쪽이 꺾일 때까지 토론하라. 승복할 때까지 논란하라.
다산은 말한다. 한번 칼을 빼어들었거든 끝장을 봐라. 중간에 어정쩡하게 물러서려면 시작도 하지마라. 잘못은 변명없이 깨끗이 수긍하라. 비판은 겸허히 받되,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물러 설 수 없는 지점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고 증거를 들이대 반박하라. 한 사람보다는 여러사람과 토론하여 객관성을 높여라. 매도 미리 맞는 것이 낫다. 여러 사람의 안목을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다산은 말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식견이 열려야 한다. 깨달음이 없으면 이 말 듣고 저기서 저말 들을 때마다 우왕좌왕하게 된다. 귀가 얇아 듣는 대로 의심이 나고, 배우는 대로 의혹만 커진다. 정신을 바짝 차려라. 입과 배를 위해 애쓰지 말고, 네 영혼의 각성을 위해 힘써라. 누구나 처음에는 안 된다. 차근차근 따지고 살피고, 곁에서 일개워주어 깨달아 가는 것이다.
다산은 말한다.중간에 그만둘 토론은 시작도 하지 마라. 쟁점은 쌍방이 온전히 승복할 때까지 물고 늘어져라.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덕담이나 주고받고,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해서는 학문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송두리째 의심하고, 남김없이 파헤쳐서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마라.
다산은 말한다. 주장을 함부로 내세우지 마라. 증거없이 말하지마라. 논거가 없으면 논리도 없다. 학문의 일은 가설을 세우고 논거를 찾아 이를 입증하는 과정일 뿐이다. 재판에서는 증거가 없으면 꼼짝없이 진다. 학문도 다를 것이 없다. 상대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 증거를 들이대라. 막연한 추정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은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주장을 입증하려거든 증거를 찾아라. 논쟁에서 이기려거든 논거를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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