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스크랩] 송유미의 `가지치기` 감상 / 서대선

다림영 2013. 4. 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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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송유미-



호수에 피는 옥잠화 너무 곱다

곱기 위해 어떤 가지를 쳤기에 저렇게 고울까
산다는 일 머리 깎고 손톱 깎고
발톱 깎는 가지치기

몇 주씩 잠만 자고 일어나니
길어진 머리카락 손톱 발톱 엉망이다

밤나무 가지 누가 쳤을까
달빛 환하게 스며들어
이마가 너무 곱다

둥근 접시에 담긴 둥근 마음 참 곱다
알밤보다 환한 이 봄밤도 곱다

 

<감상>

 


  봄맞이 대청소를 시작했다. 텃밭의 흙을 갈아엎어 주었다. 겨우내 딱딱하게 굳어진 흙 속에서 답답하게 견디었을 지렁

이와 박테리아들에게 산소를 공급해주고, 햇살 속에서 흙도 일광욕을 하게 해주었다. 퇴비를 섞어서 갈아엎은 흙에게 올

해도 고추, 오이, 토마토, 가지, 토란, 피망, 상추, 쑥갓, 아욱, 당귀, 신선초등이 푸르고 씩씩하게 자라게 해달라고 부탁도

해본다. 마당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어준 삽살이와 진돗개의 집도 청소를 해준다. 발 뒷꿈치에 연신 뽀뽀를 보내며 기뻐하

는 생명 앞에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리곤 창고 속 여기저기 겨우내 필요할 때 마다 꺼내 쓰고는 정리해두지 못했던 정

원 기계들을 정리한다. 뒷산 중턱 수로를 가득 메운 낙엽들을 긁어내다가 "딱" 하며 손이 무언가에 부딪쳤다. 수로 안에

떨어졌던 나뭇가지에 손가락이 부딪치며 손톱이 부러졌다.

부러진 손톱을 다듬다가 잠간 생각에 잠긴다. 손톱은 나의 생물학적 육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말없이 보여주는 증거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육신의 리듬과 생체시계에 따라 자라나는 손톱을 보면 내 육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

해지기도 한다. "산다는 일 머리 깎고 손톱 깍고/발톱 깍는 가지치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 중 하나지만 웃자라는 것이

어디 손톱 발톱뿐이랴, 생각도 웃자라고 욕망도 웃자란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면서 내 육신의 대청소도 해보자. 그리고

내 맘속에서 웃자란 것들의 "가지치기"도 하여 보자.

-서대선(문화저널21 편집위원, 신구대학교 교수)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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