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네 가지 기쁜 일

다림영 2013. 1. 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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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6

 

가난한 집 급한 빚을 이제 막 해결하고

장맛비로 지붕 새는데 날이 문득 개어오네.

파도에 휩쓸린 배가 언덕에 정박하고

깊은 산속 길 잃었는데 행인을 만나네.

책 읽다가 난해한 것을 별안간 깨우치고

시구 찾다 좋은 소재 홀연히 떠오르네.

용한 의원 처방하지 묵은 병이 사라지고,

봄날시가 추위를 몰아내니 만물이 소생하네.

 

-윤기 1741~1826)

 

共人賦四喜詩(공인부사희시)

한자 시 생략-

   

 

우리 18세기의 시인 무명자(貿名子)윤기의 시다.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나이 쉰을 넘기도록 공부만 하다가 겨우 문과에 급제했다. 무던 애를 써서 만년에 거둔 성과였다.

 

그가 겉으로는 이룬 것이 거의 없던 서른 나이에 이 시를 지었다. 상상은 현실을 드러낸다. 실제로는 지붕 새는 집에서 빚더미에 앉아 거센 파도에 휩쓸려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이리라. 짝수구(句)의 끝 글자인 맑게 개고 <晴>’ ‘다니고<行>’ ‘살아나고<生>’‘형통하는<亨>’결말을 꿈꾸더니 시인은 결국 그 꿈을 이루었다. 살아가기가 어려울 때 행복한 상상이라도 없다면 견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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