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조선일보 1.26
가난한 집 급한 빚을 이제 막 해결하고
장맛비로 지붕 새는데 날이 문득 개어오네.
파도에 휩쓸린 배가 언덕에 정박하고
깊은 산속 길 잃었는데 행인을 만나네.
책 읽다가 난해한 것을 별안간 깨우치고
시구 찾다 좋은 소재 홀연히 떠오르네.
용한 의원 처방하지 묵은 병이 사라지고,
봄날시가 추위를 몰아내니 만물이 소생하네.
-윤기 ( 1741~1826)
共人賦四喜詩(공인부사희시)
한자 시 생략-
우리 18세기의 시인 무명자(貿名子)윤기의 시다.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나이 쉰을 넘기도록 공부만 하다가 겨우 문과에 급제했다. 무던 애를 써서 만년에 거둔 성과였다.
그가 겉으로는 이룬 것이 거의 없던 서른 나이에 이 시를 지었다. 상상은 현실을 드러낸다. 실제로는 지붕 새는 집에서 빚더미에 앉아 거센 파도에 휩쓸려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이리라. 짝수구(句)의 끝 글자인 ‘맑게 개고 <晴>’ ‘다니고<行>’ ‘살아나고<生>’‘형통하는<亨>’결말을 꿈꾸더니 시인은 결국 그 꿈을 이루었다. 살아가기가 어려울 때 행복한 상상이라도 없다면 견디기 어렵다.
반응형
'애송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행복/유치환(낭송:남기선) (0) | 2013.02.05 |
---|---|
[스크랩] 커피를 마시며/정숙자 (0) | 2013.02.01 |
[스크랩] 김언희의 `5분이 지났다` 감상 / 나병춘 (0) | 2013.01.22 |
[스크랩] 수선화에게/정호승(낭송:이희강) (0) | 2013.01.14 |
[스크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 석(낭송:김선우) (0) | 2013.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