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세상을 떠나던 날 아침 10시까지 잠을 잤다. 언니와 함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대학을 다니던 언니는 학교공부를 잠시 잊고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집에 와 있었다. 딸은 여행사 직원이 되고 싶어했고, 가까운 대학에 들어가서 언니와 함께 지내고 싶어했다.
내 딸이 죽던 날, 우리는 함께 아침을 먹었다. 아이는 전날 밤 동생과 함께 쇼핑을 하고 왔으며, 사온 선물을 보여주고 싶어 흥분에 들떴다.
"엄마, 크리스마스가지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요. 우리가 드리는 선물이 마음에 꼭 드실 거예요!"
내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우리 온 가족은 함께 집안일을 했다. 처음으로 우리는 누가 무슨일을 해야 할지, 누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지를 두고 말다툼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마치고,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에 만들었던 장식물들을 보며 갈갈대고 웃어댔다.
아들녀석과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꼭 붙어서 찍었던 사진을 매달아두기도 했다. 딸은 그 사진들이 재밌어 보인다고 했다. 나는 어렸을 적의 두 아이들이 참으로 귀여웠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세상을 떠나던 날, 달아이는 제 동생과 내게 부동산 취득 게임을 하자고 했다.
나는 반작이들과 크리스마스 트리 잎들이 어지럽게 덮인 카펫을 마저 치우고 싶었지만 맞장구를 쳐주었다.
"좋아!"
'열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부동산 취득 게임을 하자고 조를 일이 앞으로 몇 번이나 있겠어?"
우리 셋은 오후 내내 부동산 취득 게임을 하며 깔깔거렸다.
내 딸이 세상을 떠나던 날, 나는 아이들의 저녁거리로 스위스 샬레 치킨을 사러 가고 시펑삳. 남편과 나는 회사에서 마련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물었다.
"저희에게 돈 좀 주시면 안 될까요? 밖에 나가서 외식하고 싶어서요. 그러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엇고, 아이들은 외출을 하여 함께 멋진 시간을 가졌다.
내 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우리는 딸을 친구 집에 태우다주었다. 딸은 친구들과 나눠 먹기 위해 콜라 한 병과 감자칩 한봉지를 가져갔다. 우리는 차에서 딸이 헤어지며 즐겁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살아있는 딸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
딸은 그날 밤 10시35분에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우리집의 거실에는 수년 동안 이런 기도문이 걸려 있다.
우리 가정을 축복해주소서.
저희 앞에 있는 빵을
고맙게 여기도록 해주시고
우리가 떠나기 전에
서로를 발견하게 해주시고
우리가 함께 있는 동안
서로를 고마워하게 하소서.
내딸이 세상을 떠나던 날 비로소 나는 이 기도가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마거릿 애넌
<영혼의 식탁!> 중에서
'오늘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콧노래를 부르면서 (0) | 2012.07.03 |
---|---|
거짓말도 백번 하면 진실이 된다. (0) | 2012.07.02 |
[스크랩] 병이 오는 가장 큰 원인 (0) | 2012.06.15 |
[스크랩] 평화란··· (0) | 2012.06.08 |
고독 (0) | 2012.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