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이야기 하자면 모든 것이 고맙다.... 내가 그동안 먹어 온 밥알들에게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 내가 그동안 밟아 온 길들에게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
다리하나, 팔 하나, 별 문제 없이 걸어오게 한 내 몸의, 그동안의 에너지에게 나는 고마워 해야 한다. 내가 들었던 모든 소리들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나에게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잘 걸러 듣게 해 주었던 내 귀의 고막에게, 내 귀의 고막의 질기고 질긴 그 필터에게....
목청껏 소리를 지르게도 했으며 사랑을 고백하게도 했고, 순간 순간 툴툴거리게도 했던, 나의 목소리, 아무 것이나 잘 넘겨 주었던 나의 목구멍에게, 적당적당히 몸을 잘 비워주는 나의 콩팥에게, 가끔씩 세상을 가려주는 역할도 하는 나의 눈초리에게, 내가 나일수 있게 했던 모든 것들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늘 불만이 많다 조금 더 앞으로 갔으면 싶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갔으면 싶고, 조금 더 화려하고 두거운 문을 밀면 싶고, 실크 스카프를 둘렀으면 싶고, 명품 만년필이나 뭐 그런 '글쓰기 도구'들을 가지면 글을 좀 더 잘 쓸 것 같고, 늘 조금 더 달리고 싶고 조금 더 크고 높은 소리로 노래하면 싶고....
조금 더, 조금 더.... 그것이 자꾸 나를 분노하게 한다. 그렇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들에게, 오늘의 법률에게, 정치에게, 문화에게, 학교에게 경제에게, ..이럴 땐 이런 시를 읽자. 이 시인도 그렇게 생각했었구나, 하고. .. 훨씬 위안이 되리라.
당나귀와 나는 같다
늙어 게슴츠레해질 눈과 눈꼽과
몽당빗자루 같은 꼬리와
등에 잔뜩 인생을 짊어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과
절뚝거리는 마음과
무엇인가 하소연하는 듯
주인을 바라보는 눈초리와
깊은 체념과 젖어있는 쓸쓸한 희망과
하긴 모든 것은 잠깐이다. 내가 잠깐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이다.그러나 자기의 얼굴을, 몸을 한 번 들여다 보자. 김광렬 시인이 보여주는 얼굴도 한 번 들여다 보고, 그러나 늘 <쓸쓸한 희망과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 '모든 자기들'을 들여다 보자.
-김광렬 '당나귀와 나는 . 전문-
<강은교 산문집 사랑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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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나는 한번도 내게 고마움을 전하지 못했다.
나의 모든 장기들에게
나의 마음에게
정말 고맙다 나여
가족모두가 내게 의지하며 올 한해 탈 없이 잘 걸어왔다.
내년에도 건강하게 씩씩하게 환하게
그렇게 맑게 모두에게 사랑을 주며 감싸안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수많은 결핍을 안고도 무너지지 않는 아름다운 나여 고마운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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