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익숙지 않다/마종기

다림영 2010. 9. 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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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지 않다/마종기-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내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

 

 

 

 

가을이다/정운

 

 

하늘이 저렇듯 맑은데

아무도 오고가지 않는다

구름이 저렇듯 신이 났는데

누구도 전화를 주지 않는다

무작정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내가 낯설다

익숙지 않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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