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고부간의 갈등

다림영 2010. 9. 3. 20:25
728x90
반응형

조선일보9월1일/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고부간의 갈등에 관한 글을 하나 썼더니 그것을 보고 여자 후배가 고민 상담을 해왔다. 인류가 망하는 날까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각각의 사연속에서 대립하리라 생각했지만 내 후배만큼은 아닐 줄알았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후배를 인터넷 아이디로 부를 만큼 생각이 젊은 분이었다. 때되면 종류도 다양하게 김치를 담가 올려 보내고, 고가의 명품 가방과 구두를 며느리에게 선물하며, 손자들의 옷도 일일이 다 챙겨준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자기 주관이 명확하지만 예의 바른 후배였으니,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라고 다들 부러움 섞인 한마디씩을 한 것이 얼마 전이었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깜짝 놀랄 수밖에.

 

 

가수 양희은씨가 부른 '인생의 선물'이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다시 세월을 돌려준다 하더라도/웃으면서 조용하게 싫다고 말을 할 테야' . 후배를 본 순간 문득 저 노래가 떠올랐던 것은 , 나 역시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중 하나로 지독했던 고부 간의 갈등을 재관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와 아내의 그 미묘하고 대로는 노골적인 신경전과 대립 사이에 샌드위치로 끼워져서 양쪽의 비위를 맞추고 정치를 하고 아양을 떠는 해답 없는 감정노동은 생각만 해도 고개가 저어진다. 그것을 다시 하라는 것은 군대를 한 번 더 가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악몽이다.

 

 

"둘째 아이를 낳고 집에 오니까 커튼이 바귀어 있는 거예요. 꽃무늬 렝스로, 아무리 시어머니지만 제가 사는 집인데 너무하다 실어서 커튼을 떼었더니노발대발하시더라고요. 저는 아이들 옷도 제가 직접 만들어 입히고 비싼 가방 같은 것은 집에 두는 것도 부담돼서 싫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어쩌다 집에 오셔서 당신이 사준 옷을 손자들이 입지 않고있고, 당신이 사준 가방을 제가 들고 다니지 않으면 당신을 무시한다고 또 화를 내세요"

 

 

시어머니의 눈에는 천조각을 기워서 만든옷이나 애들에게 입히고 자시도 입고 다니는 며느리의 촌스러움이 견딜 수 없었겠지만, 며느리는 모든 것을 자신의 욕심으로 맞추려는 시어머니의 행동을 폭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후배의 시어머니 역시 하고 싶은 많은 말을 가슴에 담고 있을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정情과 배려는 상대가 느끼는 것이지 내가 판단하고 생색내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관계가 수평이 아닌 수직의 권력 관계 일 때, 위쪽에서 서 있는 사람은 늘 자기 욕망의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내 앞에서 울먹이는 후배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시어머니에게 미안하지만>'뒷담화'뿐이다.

 

 

수년의 관전자로서 내가 체득한 지혜이다. 친정오빠나 된 양, 한 사발의 욕을 시어머니에게 돌려준 후, 마지막은 친정아빠처럼 곰삭은 한마디로 마무리 한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지나고 나면 다 마음이 아픈거야. 우리 집사람도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니까 생전에 더 잘해 드리지 못했다는 것이 두고두고 후회된다고 하더라. 이런 일에 해결책이 어디 있겠느냐, 자식 된 자가 더 많이 이해하고 참는 수 밖에."

 

윤용인 노매드 미디어 &트래블 대표

 

 

---------

 

 

시부모님과 함께 기거하지 않는 사람들은 절대 어느 말씀도 거두어야 한다.

결혼 24년차.. 그때부터 이제껏 부모님과 함께 생활 하고 있다.

어떻게 그 젊은날을 지나왔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젊을때 단촐하게 자기식구들만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다.

꿈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내뜻대로 되는 것인지..

셋째임에도 불구 하고 여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의 사업이 잘 될 때에는 어머님이 주시는 만원으로 하루를 설계했다.

남편은 어머님께 생활비를 모두 드렸고 그 어머님은 아침에 노인정에 놀러나가시며 식탁위에

만원짜리 한장을 놓고 나가시면 저녁에야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

할말이 많지만... ..

 

 

시어머님은 좋은분이시다.

그러나 부엌을 두 사람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함께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한사람이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일이다.

짠것 매운것 양이 많은 것... 오래전부터 습관에 길들어온 어른들은 그러한 식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매번 인상을 쓰게도 되지만 이젠 그런가 보다 한다.

지금도 나는 어른반찬 아이들 반찬을 거의 따로 만드는 편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아버님이 당뇨로 고혈압으로 각종 성인병으로 바깥출입을 못하는 마당에도

시어머님은 늘 하시던대로 그렇게 아버님께 드린다.

종일 밖에 나와 있는 나는 가끔 많이 드리지 말라고 음식이 짠것에 대해 말씀드리긴 했지만 이젠 거의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다. 아마도 딸이라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며느리 입장에서 한마디 내가 아는 상식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어머님은 분명 듣기 싫으셨을 것이다.

 

 

양념이 된 고기를 사는 것도 나는 늘 못마땅하지만 아뭇소리도 못한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 하지 않는 것이다.

어머님 재량인데.. 난   그런 것은 거의 안먹는다.

어떤 양념을 썼을 지도 모르는데 흰설탕을 얼마나 넣었는지도 모르는데....

 

가급적이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멀리하고,먹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정도 순수한 양념으로

만들고 그리고  흰설탕은 절대 쓰지 않는다.

그런데 어머님은 모든 것에 꼭 흰설탕만을 쓰시는것...

 

건강에 대해 생각이 너무 많은 나다. 돈도 없고 노후준비는 커녕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건강하지 못하면

평균수명에 못미친다고 해도 아프다면 끔찍한 일이니 건강은 절대적으로 사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어머님은 냉장고에 새우젓 오이지 김치 등으로 가득 가득 채워 놓으셨다.

반찬을 두껑도 덮지도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기가 일쑤다.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인스턴트 캔상품을 아무생각없이 그냥 먹게 하기도 하고

햄도 그렇고...

아, 건강주의자 나는 고개가 절래절래 흔들어지는 부엌 얘기...

이런것은 더우기 내가 세상에서 일 싫어하는 일이다.

아마도 내가 부엌을 관장할 때는 언제쯤될지...모든 것을 다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아이들 셋 모두 따뜻한 할머니의 정으로 키워주시니 아무런 내색을 할 수 없다.

다만 가끔 냉장고 청소할 때 위에 놓아야 할 것 아래에 놓아두어야 할 것등을 정리하고

오래된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알수 없는 검은봉지는 다 빼어내고 투명한 봉지로 갈아놓고

햄은 뜨거운물에 삶아 나트륨과 각종 나쁜것들을 빼어내고....

해도 해도 끝이나지 않는 부엌의 두 여자는 함께 기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검은봉지로 이것저것 모든 것을 싸서 여기저기 넣어두시고 또 찾으실때는 냉장고 문을

있는대로 열어놓으시고 전기료를 무지하게 흘려보내는 장면만 만나도 나는 살이 떨리고 가슴이 내려 앉는다.

아.....

 

 

그러나 어머님이 계셔서 이렇게 밤 늦게까지 일을 할 수 있으니 다 덮고 아무렇지 않은척 하고 산다.

나보다도 아이들을 더 끔찍히 챙기시지만..

나는 항상 먹는것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11시가 다되어 집에 가도 쉴 수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의 간식꺼리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아니면 분명 어머님은 라면이나 끓여 주실지도 모르고 짜장면이나 시켜줄지도 모르고

하여간 나는 불안한 것이다.

골고루 먹으며 짜지않게 먹어야 하는데 어른들은 그런생각을 전혀 하지 않으신다.

그저 배불리 아이들이 맛나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아버님이나 어머님이나 불쑥 불쑥 며느리의 방문을 열어젖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텔레비젼 한번 제대로 마음대로 볼수도 없고 사방에 전기를 쓰고 콘센트 빼놓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기타등등 이루말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 처음엔 말을 했지만 이제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당부를 하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잃는 것도 많지만 얻는것도 너무 많으니 어쩌랴..

함께 살아보지 않으면 알수 없는 것들..

그러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대끼며 정으로 살아간다.

마음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면 어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좋은 것이 좋은것이니 얼굴 주름만들지 않고 이것저것 사오시면 그런가보다 하고

옛음식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넘어가고 좋은 음식은 만드는 법을 세세히 여쭙고..

 

어느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또 추석이면 눈살찌푸릴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묵묵히 받아들이고 시키는 대로 하거나 알아서 한다.

..

어떤 노인께서 그러신다. 어머님 아프지 않은것을 고마워 해야 한다고...

아침마다 잊지 않고 운동을 하시는 어머님..그저 감사할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