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간소하게 , 더 간소하게

다림영 2010. 8. 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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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에 다녀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호숫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앗던 그리움의 터, 그 월든에 다녀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근교에 있는 월든 호반은 10월 말 단풍이 한창이었다. 맑은 호수에 비친 현란한 단풍을 대하자 다섯 시간 남짓 달려온 찻길의 피로도 말끔히 가셨다. <월든>을 읽으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그 현장에 다다르니 정든 집 문전에 섰을 때처럼 설렜다. 늦가을 오후의 햇살을 받은 호수는 아주 평화로웠다.

 

호수 한 바퀴 돌았다. 둘레 1.8마일, 우리 식으로 계산하면 3킬로미터 조금 못미치는 거리다. 평일인데도 호반에 는 드문드문 방문객들이 있었다. 그 현장에서 <월든>을 읽는 여인도 있고, 고무보트를 타고 한가로이 낚싯줄을 드리운 사람도 눈에 띄었다. 차가운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도 두엇 있었다.

 

 

호수 북쪽에 150여 년 소로우가 살았던 오두막의 터가 돌무더기 곁에 있다. 거기 널빤지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즉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인생이 가르치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소로우

 

 

공원을 관리하는 사무실 곁에 오두막 그대로의 모형을 지어놓았다. 출입구 맞은쪽에 벽난로가 있고 좌우 양쪽 큰 들창이 있다. 소로우가 장만한 가구 중 일부는 그가 손수 만든 것이다. 단칸집 한쪽에 나무 침대가 있고 탁자와 책상이 들창을 향해 놓여 있다. 의자도 세 개 있다. 커튼은 그 집에 필요가 없었다. 소로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와 달 이외에는 밖에서 들여다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콩코드의 한 숙소에서 자고 이튿날 다시 월든을 찾았다. 이른 아침의 월든은 전날 석양에 보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침 호수는 정신이 바짝 들 만큼 신선하다. 남향인 오두막 터에서 수목 사이로 바라보이는 월든은 아름다웠다. 오두막은 호수에서 백 미터쯤 떨어져 있고 둘레가 낮은 언덕으로 되어 있어 , 내가 만약 집터를 잡는다 하더라도 바로 이 지점을 골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두막 가까이에 모래 섞인 땅을 갈아 강낭콩을 심고, 한쪽에 감자와 옥수수, 온두콩과 무 등을 가꾸었다. 그는 달빛이 밝은 밤이면 호숫가의 모래톱을 거닐기도 하고 플루트로 주변 숲의 메아리를 깨우기도 했었다. 어느 날 일기에 그는 이렇게 써 놓았다.

"오늘 저녁 나는 월든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앉아 피리를 불었다."

 

 

콩코드박물관에는 얼마 되지 않는 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책상과 의자와 침상과 연필, 눈 위에 신는 설피, 그리고 그가 불었던 피리도 함께 있다. 소로우는 체구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침상이며 의자와 책상이 표준치보다 작다. 소로우는 하루에 네 시간 이상 걸었다고 한다. 그는 '산책'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온작 세속적인 얽힘에서 벗어나 산과 들과 숲 속을 걷지 못한다면 나는 건강과 영혼을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할 것 같다."

 

 

소로우가 숲 속에서 홀로 지낸 지 1년 째 되던 해 여름, 구둣방에 수리해 달라고 맡긴 구두를 찾으러 가다가 세금징수원과 마주친다. 몇 년 동안 밀린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감옥에 갇히는 사건이 일어난다. 인두세란 그 당시 메사추세츠주가 20세에서 70세까지의 모든 남성에게 부과한 세금이다.

 

 

소로우가 다른 세금은 꼬박꼬박 내면서도 유독 인두세만은 거부한 이유는 의사당 앞에서 버젓이 남자와 여자, 어린들까지 가축처럼 팔고 있는 흑인노예제도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영토확장을 위해 멕시코 전쟁까지 일으킨 정부에 항의 하기 위해서였다. 친척 한사람이 그가 모르게 세금을 대납하는 바람에 다음 날 아침 석방되자 그는 크게 분개하여 출옥을 거부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사건은 그에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각권력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되엇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역사를 바꾼 책들 중 한 권인 그의 <시민의 불복종>이 나오게 된다. 이 글은 톨스토이. 마하트마 간디, 라틴 루터 킹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불의의 권력과 싸우는 수많은 사람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톨스토이는 말한다.

"왜 당신네 미국인들은 돈 많은 사람이나 군인들 말만 듣고 소로우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거요."

 

 

2년 2개월 동안 월든 숲 속에서 지낸 이 기간이 소로우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아름다운 시기였다. 그는 학생으로서 월든에 갔었지만 그곳을 떠나올 때는 스승이 되어 있었다. 소로우의 생애를 가장 충실하게 기록한 영국의 전기작가 헨리 솔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콩을 심고 콩밭을 매는 일은 자연을 배우고 삶을 배우는 과정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전 미국을 위해 공적인 일을 하여 남길 수 있었던 것보다<월든>을 씀으로써 인류에게 남긴 유산이 훨씬 더 훌륭한 것이었다."

 

 

소로우의 생활신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데 그대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 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게 된다. 그대의 삶을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아름다운 마무리/법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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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최상의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불현듯 목숨을 끊는일이 줄을 잇는다.

생각해 본다.

행복하고 잘 사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신없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고 달려가고 또 달려간다.

어떠한 생활이 만족한 삶이 되는 것일까

선지자들의 순박한 삶이 정답일까

....

오늘의 화두는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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