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과속 문화에서 벗어나기

다림영 2010. 6. 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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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본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연 나 자신답게 살아왔는지 묻는다. 잘 산 한 해였노라고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많은 이웃들로부터 입은 은혜에 대해 나는 얼마만큼 보답을 했는지 되돌아보면 적잖은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그때 그때 만나는 이웃들을 어떻게 대했느냐로 집약될 수 있다.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이햇는지 아니면 건성으로 스치고 지나왔는지 반성한다. 지난 한 해의 삶을 몇 점으로 매길 것인지 헤아린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날들을 두고 후회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것은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새롭게 다지는 것만 못하다. 새해부터는 내 나쁜 버릇을 고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시대의 고질병인 과속 문화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성급하게 달려가려는 잘못된 버릇부터 고친다. 남보다 앞질러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흐름을 함께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말만을 내세우려고 한다. 언어의 겸손을 상실한 것이다. 잘 들을 줄 모르는 사람과는 좋은 만남을 갖기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또한 과속에서 온 나쁜 습관이다.

 

 

슈퍼마켓의 계산대 앞에 늘어선 줄을 보고 짜증을 내는 것도 조급하고 성급한 과속 문화에서 온 병폐다. 자기 차례를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그 안에서 시간의 향기를 누릴 수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현재 자신의 삶을 맑은 눈으로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수행자는 많은 일을 하면서도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이와 같이 대답한다.

"나는 서 있을 때는 서 있고, 걸을 때는 걷고, 앉아 있을 때는 앉아 있고, 음식을 먹을 때는 그저 먹는답니다."

"그건 우리도 하는데요."라고 질문자가 대꾸하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지요. 당신들은 앉아 있을 때는 벌써 서 있고, 서 있을 때는 벌써 걸어갑니다. 걸어갈 때는 이미 목적지에 가 있고요"

오늘의 성급하고 조급해하는 과속 문화의 병폐를 드러낸 이야기다.

 

 

둘째,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을 아낌없어 나누는 일에 보다 적극성을 띠려고 한다. 내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새 주인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원천적으로 내 것이란 없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몸도 내 것이 아닌데 그 밖의 것이야 더 말할 게 있겠는가.

 

셋째, 만나는 사람들에게 보다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할 것을 거듭 거듭 다짐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웃으로부터 받은 따뜻함과 친절을 내 안에 묵혀 둔다면 그 또한 빚이 될 것이다. 그리고 뭣보다도 내 괴팍하고 인정머리 없는 성미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끼친 서운함과 상처를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어느날 내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이 나를 만난 다음에는 사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만난 내 삶도 그만큼 성숙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명심하고 명심할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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