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사람/김용택

다림영 2010. 6. 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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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삶. 삶은 이렇게 별 볼일 없이 몇 가지 웃음과 슬픔과 눈물과 아문 상처 자국을 두고 바람처럼 강물처럼 지나간다. 깊고 깊은 인생의 깊이는 산의 저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보다 더 깊 고, 흐르는 강물보다 더 깊은 것이다. 우리들은 산등성이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섬진강 물이 휘이 굽어 돌아가는 곳, 그곳에 우리들의 슬프고도 기쁜 인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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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없는 운동장은 늘 고요하다. 저렇게 빈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호젓해지고 차분해진다. '그래 나는 내 인생을 저 운동장 속에서 다 지냈구나. 내 인생을 저기에다 다 쏟았구나' 하는 생각을 한 지가 한 해 한 해 쌓여 벌써 40년이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는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에게 늘 배운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가르치며 내 삶을 반성하거나 자신을 고치지 않고, 또 새로이 배우지 않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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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무엇을 바라보는 일'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내가 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우리들은 집에서 학교까지 40분을 걸어다녔다. 강길, 논길을 걸으며 우리들은 농사 짓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그 느린 기다림을 우리는 보고 자란 것이다. 강물의 흐름과 산과 나무들, 새와 꽃들, 열매와 눈 오는 들을 보며 우린 길을 걸어다녔다. 우리가 본 것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었다. 자연만큼 세상에 위대한 선생은 없다. 보라! 글자 하나도 모르는 우리 어머니들의 저유구한 농촌공동체적인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우리 어머님은 나에게 지금도 말씀하신다.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

어머님은 사람을 중요시했던 것이다. 이런 정신의 풍요로움을, 이런 정신의 소중함과 엄숙함을 어머님은 나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님은 말씀하신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나는 아직 이만한 사회학적인 문장을 그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모든 것이 자연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농부들은 자연이었으니까.

 

 

무엇이든 바라보아야 생각이 우러나온다. 나무를 보고, 꽃을 보고, 세상의 것들을 바라보아야 생각이 쌓이는 것이다.이렇게 생각이 쌓이고, 생각이 모여들고, 생각이 넓어지면 사람들은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의 질서를 배운다. 나무와 물과 흙과 풀과 벌레와 곤충 같은 생명이 있는 것들과 몸을 섞으며 노는 아이들과 컴퓨터와 텔레비전과 책하고만 노는 아이들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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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글이었다. 그분이 좋아진다.

농부는 자연이니까... 그들은 세상의 이치를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자연처럼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어머니의 그 말씀 '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사람'되는 길..

자연속에 나를 풀어 놓고 바라보는 일...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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