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그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이상 내게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설령 그것이 헤어짐을 뜻한다 했어도 그랬습니다
그대를 보내고 나서도 내 마음에 걸린 것은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대의 밝은 웃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그대를 보내는 일이라니.
진정한 우리 사랑을 위해서는 그대로부터 벗어나야 할 필요도
있음을.
이젠 한 발자국 물러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대를 그냥 두어 볼
작정인 것이지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우리의 일이 까맣게
잊혀진다 해도 언젠가는 내 사랑 그대가 알아 주리라
믿어 보겠습니다. 그때까지....그대여 안녕...건강해야 다시 만날 수 있으리.
나 또한 몸져눕지 않고 그대가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겠습니다. 훗날 그대가 돌아왔을 때, 낯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모든 것을 제자리에 가만히 놓아 두겠습니다. 내 할수
있는 그것뿐. 그때까지 그대여 내내 행복하십시오.
비 오는 날의 일기/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하루 종일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이런 날 내마음은 어느 후미진 찻집의 의자를 닮지요.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요.
당신을 만난 그날 비가 내렸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니
안녕, 그대여,
비만 오면, 소나기라도 뿌리는 이런 밤이면
그 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없이 흐려집니다.
그럴수록 난 당신이 그리웁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안녕 그대여,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비가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아요.
너에게 가는 것만으로도/
처음에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할 때는
그 여린 파닥임이 무척 안쓰러웠다.
하지만 점점 날갯짓을 할수록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도 꾸준히 나아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맨처음 너를 알았을 때
나는 알지 못할 희열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
막막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내가 사랑하고 간직하고 싶었떤 것들은
항상 멀리 떠나갔으므로.
하지만 나는 너에게 간다.
이렇게 가다보면 너에게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 마음이 환희로 가득 차 오르는 건
너에게 가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다.
너에게 닿아서가 아니라.
너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 자체가 내겐
더없이 행복한 것이었으므로.
늘 이만큼의 거리를 두고/
늘 이만큼의 거리를 두고
당신 곁에서 있습니다.
늘 이만큼의 거리를 두고
당신의 행복을 빌어줍니다.
당신 생각하는 내마음 깊어져
집착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내 간절한 그리움도
그만큼의 거리를 남겨 둡니다.
그러나 다음 세상 당신을 만난다면
그 누구에게도 어떤 누구에게도
당신을 보내지 않을 겁니다.
그 어떤 거리도 당신과 나 사이에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간절히 원하며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원하고 갈망하여도
가질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버리는 것 보다 힘겹다는 것을
이젠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세월속에 묻혀가나 봅니다
그래도 변치않는 사랑하나
변치않는 꿈 하나 간직하고
살아가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길의 노래/
너에게 달려가는 겁소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 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인줄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는 날이 없었지만
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네 생각마저 접으며
어김없이 서쪽 하늘을 븕게 수놓은 저녁해
자신은 지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는
그 숭고한 헌신을 보며,
내 사랑을 또한
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저녁해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
서쪽 하늘,
그 배경이 되고 싶었다.
부르면 눈물날 것 같은 그대/
내 안에 그대가 있습니다
부르면 눈물이 날것 같은
그대의 이름이 있습니다
별이 구름에 가렸다고 해서
반짝이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대가 내 곁에 없다고 해서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식은 것은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랑엔
늘 맑은 날만 있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찌보면
구름이 끼여 있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좌절하거나 주저 앉지 않습니다.
만약 구름이 없다면
어디서 축복의 비가 내리겠습니가
어디서 내 마음과 그대의 마음을
이어주는 무지개가 뜨겠습니까
내 안에 그대가 있습니다.
내 속에서 빛나는 그대/
어둠은 내가 되겠습니다
그대는 내 속에서
빛나는 별이 되십시오
앞줄긴 내가 되겠습니다
그대는 나를 딛고
영롱한 꽃으로 피십시오
멀리서 지켜보겠습니다
내 아픈 모습 그대가 볼 수 없도록.
그러나 그댄 영원히 내 속에 있습니다.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대가 생각이 났습니다 /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또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만
어김없이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런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날 또한 없을 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는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하리라 추측해 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준 모든 것들,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는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내 그리움들을 모조리 쏟아 부어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 없는 당신이여.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 주어여 나는 비로소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이 아침/
커피 물을 끓이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에게 놓여 있고 싶었습니다만
어김없이 난 또 수화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요 며칠,
그대가 왜 그렇게 떠나갔는지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갓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한 것이 아닐까요.
잠시라도 가만히 못있고 수화기를 드는,
커피물을 끓이는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는
내 그런 열중이
당신을 너무 버겁게 한 건 아닐까요.
너무 물을 많이 줘서 외려 말라 죽게 한
저 베란다의 화초처럼.
여전히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고,
늘 그런것처럼 용건만 남기라는 낯모를 음성에
나는 아무 할 말도 못하고 머뭇거립니다.
그런 순간에 커피 물은 다 긇어 넘치고
어느덧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주전자를 보며,
어쩌면 내 그런 집착이 내마음을 태우고
또 당신마저 다 타버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은 새로 끓이면 되지만
내 가슴을 끓게 만들 사람은
당신 말고는 다시 없을 거란 생각에
당신이 또 보고 싶어졌습니다
내 입에 쓰게 고여 오는 당신.
나랑 커피 한 잔 안 하실래요?
비/
그대 소나기 같은 사람이여,
슬쩍 지나쳐 놓고 다른데 가 있으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는데..
그대 가랑비 같은 사람이여,
오지 않는 듯 다가와 모른 척하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마음까지 젖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