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곤하게 잠든 밤이면 애간장이 끊어지게 울었다. 금방 숨넘어갈듯, 가래 끓는 소리가 나고 한숨토하듯 쇳소리도 났다. 저것이 분명 낮에도 그랬을 터인데 사람들 소리에 묻혀 버렸던 모양이다.
잠결에 나와 어디가 그렇게 아프냐고 한 번 쓰다듬어 주거나 등을 토닥여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신음소리는 날이 갈수록 더 커�고 급기야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었다. 아플만
도 할 것이다. 십여년 넘게 혹사시켰으니 속사정인들 어떠하랴만 주인은 무심히 음식물을 들여 놓기
만 하고 있으니 오죽 답답하고 막막했으랴.
급기야 바깥 주인은 핑계김에 새로 나온 제품으로 개비를 하자고 우겼다. 그러나 나는 십년 세월 쌓은 정
이 있어 의사를 부르자고 버텼다. 서로 팽팽하게 맞서다가 드디어 A/S를 받기로 했다. 기사들이 와서 한
시간쯤 치료를 하더니 신음소리가 그치고 본연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냉장고가 우는 동안 나도 참기 어려운 고통을 치렀다. 언제부턴가 컴퓨터를 오래 하고 나면 어깨와 목이 뻣
뻣하고 오른팔이 저렸다. 나이 값인줄 알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개운하지 않고 등이 뻐근하여 짬만
나면 물리 치료실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그런 어느날 새벽, 등이 펼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 시골동네 병원에서는 근육이 뭉쳐서 그렇다고 물리치
료만 권했다. 하루가 지나자 오른팔이 저리고 아프고 의자에 없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팔을 들거나 누우
면 견딜만하니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권리조차 박탈당한 듯하였다. 이제는 충주와 청주로 나갔다. 목을 엑
스레이로 찍어보더니 고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물리치료만 권하고 기다란 주사로 목에 주사를
놓았다. 감쪽같이 나았다. 날아갈 것 같은 몸으로 다시 아침운동 걷기를 하고 무엇보다 앉아서 밥을 먹는
행복을 누렸다. 그행복도 일주일 이 안가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몸무게가 5kg 빠지고 일상생활이 불가능
했다. 침대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밤을 새웠다.
서울 서초동 병원 801호실. 내가 입원한 날 저녁식사 풍경은 모두 금방 서둘러 어디를 갈 듯이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오히려 간병인들은 앉아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보니 그 병실은
허리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다. 수술을 하고 똑바로 누운 채 36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내 몸이 하는 이야
기에 전혀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음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시간을 붙잡아 놓고 들어주면서 정작 내 몸이 하는 이야기에는 방심했던 것이 오늘
을 자초한 것이다. 등이 아플때는, 팔이 저리고 아플때는 몸 어딘가 트러블이 생겨 하소연하는 것인데 5년
여를 버텼으니 미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경추 5번과 6번 사이에 연골이 있고 가는 막이 있어 신경을 보호했는데 그것이 주저앉아 신경을 눌러댔으니겉에서 어떻게 알겠는가. 사람의 몸이 그렇게 정밀하고 신비스럽도록 서로 연계된 줄을 몰랐다. 오장육
부가 아닌 등과 팔이 아픈것이 온몸을 지탱할 수 없게 하는 것도, 신경 몇줄이 정신에 분열이 생길 정도로
전체와 연관 되었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했다. 등이 뻐근하면 풀어주기 운동을 하고 쉬어주어야했다. 책을 오래 보다가 눈이 침침하면 책을 덮고 먼산을 바라보며 눈에게 잠시의 휴식을 주었
어야 했다. 나는 평소에 육체의 병도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어가보면 육체의 병은
육체에서 온다. 바로 나의 습관이나 생활의 불균형에서 오는 결과물이다.
통증으로 밤을 지새우는 동안 기상청에서는 전국에 폭염특보를 내렸고 제주지방에서는 큰비로 재해를 입
었다. 기상청에서는 한반도에 아열대화가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몸이 아프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등한시 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난개발로
인한 상처가 홍수로 나타나고 사람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온난화를 일으켰다는 유엔 정부간의 보고서도 나왔다. 더 무서운 것은 기온이 올라가면 호우가 잦고 해수면은 상승해서 바닷물 온도도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병들어 아파하는 지구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우리의 과제인데 마이동풍이다.
목보호대를 하고 살면서 요즘 뒤늦게 오랜 세월 나를 위해 봉사해준 지체들과,눈,코, 입 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이모든 지체들이 정교하게 연계되어 한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사실이 새롭고 산과 강, 땅덩이가 60억 인류의 몸이어서 서로 뗄레야 뗄수 없는 하나라는 것을 수술이라는 고행을 거쳐 뒤늦게 터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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