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마음사전/김소연

다림영 2008. 9. 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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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바짝 긴장을 하고 읽어내려갔다. 가끔은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가끔은 아 이단어가 이런 뜻이

구나 아 이단어가 이런거였어.. 하며 마구 외워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젖은눈으로 읽어감을  나는 이미 알아버렸는데 막내녀석이 옆에 붙어앉아 공부를 하며 흘끗 쳐다보더니

뽀뽀를 해준다. 그리고 또 들이댄다. 저도 해달라고..ㅎ

내 마음이 울적하였는줄 알았나보다.

글을 읽는내내 다시 또 읽어야 하겠구나 했다.

내책이었으면 참 좋겠다 하였다.

다시 오늘 뒤적일 것이다.

휴일 내내 다 읽어 버렸다.

참 아름다운 사전이다.

 

'마음사전'

..자꾸만 책의 글을 필사하고 싶다.

이글을 따라 아름다운 낱말로 나는 태어나고 싶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앉아 이런필사를 해댄다면 나는 분명 건강에 이상이 올것이므로

오늘의 마음사전 손으로 읽기는 요만큼만 하기로 한다.

그러나 자꾸 손으로 읽고 싶어지는 글들..그 마음과 마음들..

빗속을 따라 거니는 것 같은 그러한...

참 괜찮은 오솔길 같은 책 한권 나는 만났다.

 

 

 

 

"차 한잔과 담배 한 모금

밥은 사람의 육체에게 주는 음식이라면, 차는 사람의 마음에게 주는 음식이다.

밥보다 차를 더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마음이 발달한 사람이다.

밥 한그릇이 육체에게 에너지를 준다면

차 한잔은 마음에게 에너지를 준다.

 

일하는 막간에 차 한잔을 마시는 휴식의 시간은 마음을 쉬게하고

그럼으로써 육체를 돌보게 해준다.

 

찻집에서 차 한잔을 함께 마시지 않고, 식당에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관계에는 온기가 없다.

식당만큼이나 찻집이 많은 우리가 사는 동네를 산책하면서, 마음이 만나는 것이 적어도 육체가 만나는

것만큼은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찻집의 간판을 보라. 식당의 간판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명시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찻집의 간판은 여전히 아름다움 쪽을 향해 있다.

눈보다는 마음을 끌기 위해서.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 백해무익하다는 담배이지만, 그것은 육체의 관점에서만 보았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고, 애연가들에게는 담배는 정신 건강에 이롭다. 몸보다 정신의 건강을 우위에 두는 사람

이라면 담배가 몸을 해치는 것을 알고도 담배를 계속 손에 들게 될 것이다.

 

한숨과도 같은 담배 한모금을 내뿜으며 사람들은 마음을 환기하고 쇄신할 수 있다. 덩샤오핑에게 사람

들이 장수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는 '끽연'이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다. 만끽한다는 것만큼 지혜로운

건강법은 없다

 

뜨거운 물에 차 알갱이가 풀려나가고 , 담배 한모금의 연기가 풀려나간다. 그 풀려나가는 실체를 바라

보며 사람들은 마음의 매듭을 푼다. 찻물을 끓일 때에도 담배를 피워 물 때도 불이 필요하다. 차와 담배

는 온도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커피를 볶을 때에도 녹차잎을 말릴 때에도 열기가 필요하고 , 담배를 피울 때에도 점화가 필요하듯이

마음에도 열기와 점화가 필요하다. 냉정함이 열정의 한 방법이듯이, 냉정해지는 것에도 온기가 있던

한때가 전제된다. 차 한잔과 담배 한 모금을 음미할 때처럼.

 

 

차가운 거울과 뜨거운 차 한잔

 

우리는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가운 거울이 되어 마주할 때가 있다. 차가운 거울과 거울의

마주함은 끝없는 복제와 복제를 낳아 무한대의 영역속에 서로를 가두게 한다.  그렇게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을 골똘히 마주하다 마침내 감옥에 가두고야 만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과 뜨거운 차 한잔을 원한다. 찻잎이나 차 열매가 물기하나 없이

건조된 후에야 뜨거운 물과 조우할 수 있듯이. 사람도 그와 같다.

충분히 건조되었을 때에야 온몸으로 응축하고 있던 향기를 더 향기롭게 퍼뜨리는 뜨거운 차한 잔 처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마주한 시간도 그와 같다.

향기롭게 발산하기 위하여 나에겐 언제나 따뜻한 물과 같은 당신이 필요하다.

 

 

어둠

 

전등불을 갑자기 끄면 사방은 칠흑이지만, 이내 그곳에도 빛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물들의 실루

엣이 보이다가 사물들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마음이 칠흑일때 차라리 마음의 눈을 감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길 차분히 기다린다면, 그리곤 점자책을

읽듯 손끝으로 따라 간다면 이내 사물을 읽을 수 있고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밝음 속에서 읽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온마음으로 잘 읽힌다.

 

착시

당신을 착시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아름답다. 노을이 아름답게 타오르는 것이 우리눈의 착시이듯이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이 허상인 줄 알면서 도 나는 당신을 믿는다. 노을을 믿듯이.

 

향기

당신의 향기 없이는 당신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개미가 더듬이를 페로몬 액에 담그고서 의사소통

을 하듯이, 당신을 통째로 음미하기 위해 나는 당신에게 나를 담근다.

 

행복 : 기쁨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이지만, 기쁨은 커

다란 알갱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다.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행복은 전염되기 힘들다. 남의 기쁨에는 쉽게 동조되지만, 남의 행복에는 그렇지가 않다.

약간의 질투와 약간의 모호성, 그것이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서 전염된 기쁨은 그러나 오래가지도 않고 자기것이 되지도 않는다.

 

금세 잊는다. 그렇지만, 남에게서 전염된 행복은 오래가기도 하거니와 자기것이 된다.

그만큼 느리고 꼼꼼하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얻은 기쁨과 행복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렇지만, 빠르고 간단한 것들은 느리고 꼼꼼한 것만 못하다.

 

평안한다:편안하다

우리는 편안함을 좋아한다. 편안한 사람. 편안한 공간, 편안한 시간...

편안하다는 것은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손끝에 있고 모든것이 입안의 혀와 같다.

그리하여 어떤 욕구도 없이 이완되어 있다. 평안하다는 것은 평화롭고 안정적이란 뜻이다.

 

평화도 안정도 태풍의 핵처럼 정지되어  있으나 , 그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우리몸은 평안한 상태에서는 조금의 의욕을 남겨 놓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

할 줄 안다.  조금의 의욕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 평안함은, 스스로가 속해있는 관계와 장소,

시간 따위를 잘 영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어떤 욕구도 없이 이완된 편안함은 스스로가 속해있는 관계와 공간과 시간등을 돌보지 않는다.

조용한 시골로 가족이 여행을 떠났을 대에 모두가 평안을 느끼는 반면, 집에서 느끼던 나의 편안함에

누군가의 수발이 전제될 때가 많은 것처럼,

 

나의 편안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을 대가로 치르지만, 나의 평안함은 누군가와 함게 누리는 공동의 가치

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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