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물들/르 클레지오/프랑스 한나절의 질서정연한 광경은 사라졌다. 물굽이는 끊임없이 그형태를 바꾸어서 이따금 너무 길어져 그 끝을 볼 수 없을 정도이고 이따금은 짧아져서 하나의 원을 이루기도 했다. 갑岬은 바다 가운데로 멀리 나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너무 멀어져서 조그만 그루터기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나무의 그림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멀리서 둥그스름한 언덕들이 끊임없이 움직여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때로는 세 개의 작은 산들이 지평선 가까이에서 사라져 땅 위에 하나의 커다란 검은 구멍이 파인듯이 보였다. 바다는 이따금 무척이나 평평하고 쓸쓸하여 마음이 아플정도였다. 그러다가 어떤때는 갑자기 수평선 위에 수직선으로 솟아올라서 무슨 성벽처럼 보이기도 했다. 때로 바다는 골함석 같아서 루비 송이처..